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8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나 문물들이 우리 것들보다 인기가 더 좋은 건 왜 일까? 어쨌든 있어 보인다. 겉모습도 화려하고, 왠지 더 실용적인 것 같고, 우리 것보다 뭐든 좋아 보인다.  

요즘 우리가 차리는 밥상을 보아도 돈까스, 스파게티, 피자, 햄버거, 이런 것들이 아이들 입맛에도 맞고 어른들도 간편하니 즐겨 먹는다. 그리고 양상추를 비롯한 각종 샐러드 재료에 소스도 아일랜드 소스나 허니 머스타드, 뭐 이런 것들을 첨가해서 먹는다. 나도 샐러드는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봄에는 우리 땅에서 자라난 것들로 밥상을 차려보려고 노력한다. 얼마전 엄마가 다녀가시면서 함께 장을 보면서 돌나물로 샐러드를 해 먹으면 정말 좋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돌나물을 깨끗이 씻어 그 위에 초고추장을 살짝 뿌려 먹었더니 이 안에 봄 향기가 가득 풍겨 났다. 우리 아이들도 돌나물 샐러드를 잘 먹었다. 초고추장을 뿌리니 밥과 먹기에도 훨씬 좋았다. 돌나물만 해도 괜찮고, 거기에 미나리, 당근, 오이 등을 함께 곁들여도 좋다. 그리고 봄이면 달래무침, 달래 넣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입에는 쓰지만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 고추장 무침도 너무 좋다. 우리 아이들은 겉절이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봄동으로 한 겉절이를 특히 좋아한다. 현수가 아직 세돌이 안되었지만 잘도 먹는다. 물론 덜 맵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를 읽으며 먹는 것, 입는 것, 또 우리 소중한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가끔 게으른 엄마 때문에 김치 하나만 놓고도 밥을 먹는다. 물에 찍은 밥에 김치 하나 얹어주면 덥석덥석 잘도 먹는다. 친정에 가서도 맛있는 것들과 함께 꼭 김치를 먹는다.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하고 우리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먹거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일단 먹어봐야 알테니까 말이다. 책 속의 미국인도 김치의 우수성을 알고 일부러 김치를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김치의 우수성을 모르는 우리 사람들은 반성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열두달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달마다 소재를 정해서 이야기를 썼는데 3월엔 김치, 4월엔 미역국, 5월엔 맷돌, 6월엔 물레방앗간, 7월엔 오미자 화채, 8월엔 무공해 짚, 9월엔 순두부, 10월엔 화로, 11월엔 흙집, 12월엔 떡, 1월엔 한복, 2월엔 문풍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금이 선생님의 글로 보는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이 보기에 좋을 만큼 내용도 어렵지 않고 재미도 좋으며 우리 것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8월 이야기, 무공해 짚 이야기는 짚으로 신발도 만들고 끈도 만들고 멍석도 만드는 등 다양하게 쓰이는 짚이 오래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환경을 헤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물건을 만들어 써오던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또한 11월 이야기 흙집도 마찬가지로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은 부시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새로 지은 양옥은 폐기물로 남겨 진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10월 이야기, 화로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이 담긴 물건이라는 아이들의 해석이 참 좋았다. 엄마, 아빠 어린 시절 화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이야기도 하고 군밤, 고구마도 구워 먹으며 겨울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이 나도 가끔 생각난다.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이리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 있다니 참 좋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과 읽고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우리 것들을 찾아보는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금이 선생님의 책은 읽는 것마다 만족스럽다. 다음엔 또 어떤 책을 읽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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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금이 선생님이 이런 책도 내시는 군요

꿈꾸는섬 2010-03-23 20:22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네서 빌려왔는데 재밌더라구요.^^

순오기 2010-03-2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 작가님 책을 서재생활 하기 전에 읽은 것들은 리뷰 쓰기가 안 돼요.
다시 보고 써야는데 학교 아이들이 계속 돌아가며 읽는 중이라...

꿈꾸는섬 2010-03-24 18:3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다시 읽고 쓰는 건 정말 힘들어요. 저도 알라딘 잠시 접었을 때 읽었던 책들은 엄두가 안나요. 요새나 열심히 쓰는거죠. 이금이 선생님 팬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