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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작가생활 40년 자전에세이
조정래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40여년 세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한 작가의 자전 에세이를 읽으니 마치 작가가 내 앞에서 강연회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답변이었다.
매일 30장의 원고를 쓰기 위해 16시간 이상의 노동을 했다는 작가는 글감옥에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단다. 그러니 남들은 한편도 쓰기 힘든 대하소설을 세편이나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작가가 세편의 작품을 내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모두가 부인(김초혜 시인)의 도움이 컸다고 이야기 한다. 태백산맥을 연재하던 중에 걸려오는 협박 전화, 경찰과 검찰 조사, 심지어 건강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고, 글을 통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작가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글을 쓰셨다.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헤치고 가족의 안위를 헤치는 일이었음에도 작가는 우리 현대사에 연구되지 않던, 연구를 꺼리던 해방공간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것이다.
내가 태백산맥을 읽었던 때는 스무살 무렵이었다. 언니가 아는 언니에게 빌려온 책을 먼저 읽고 그다음에 내가 얼른 읽고 가져다 주었다. 남의 책을 빌려온 것이라 빨리 읽어야하기도 했지만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갈만큼 그 재미가 정말 좋았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내용들이라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남부군>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해방공간의 한줄기를 훑어 내려왔으니 그 지식 또한 매력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돈이 좀 넉넉했더라면 <태백산맥>전집을 사서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지금도 너무 아쉽다. 지금이라도 다시 구입해서 읽어 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책을 사는 일이 쉬워졌다. 그 뒤에 나온 <아리랑>은 나오자마자 얼른 구입해서 읽었다. <태백산맥>도 재미있었지만 <아리랑>은 더 재미있었다고 기억한다. 만주로 떠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 블라디보스톡으로 강제이주당한 조선족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서사시였다. <아리랑>보다 먼저 읽었던 <토지>도 생각났지만 박경리 선생님의 긴호흡과 달리 긴장과 갈등이 빠르게 전개되던 <아리랑>은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한강>이라는 작품을 만났었다. 물론 이것도 구입을 해서 우리집에 놓여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 또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윗세대의 고단한 삶을 읽으며 알아갈 수 있어 좋았던 책이었다.
사실 지금은 내 지식이 너무 얕아 제대로 읽어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 한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시기를 다룬 것이 아닐까 싶다. 학교 다닐때 배웠던 그런 지식적인 역사교육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왔던 모습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는 말한다. 문학은 이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지식인이라면 올바른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것이 작가가 해야할 일이고, 지식인이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쓰게 될 것인가? 하고 말이다.
막연하게 가졌던 글쓰기에 대한 동경은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우선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매일 매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들을 우선 읽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나서 내가 쓰려고 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써야겠다. 비록 보잘 것 없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