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어제 하루동안 이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어쩌면 그리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설레던지, 마치 내가 위녕이 되었던 듯, 엄마의 숨어있는 응원을 받고 있었던 것처럼 설레고 좋았다.
고3 딸아이의 힘든 입시를 앞둔 상황에서 엄마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담긴 편지를 받아든다면 얼마나 고맙고 행복했을까? 그런 시절을 겪지못한 나에게는 그게 너무도 부럽고 또 부러웠다.
물론 되돌아 생각해보면 부모님 마음을 아직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자식이 되어 있기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신 엄마나 아빠의 마음을 내가 어찌 다 알겠는가 싶을 때가 많다.
가슴 따뜻한 글들과 함께 영혼을 살찌우는 글들, 위녕은 참 좋은 엄마를 두어서 좋겠다라는 부러움이 가장 컸다. 그리고 왜 눈물이 났을까?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서 전화해도 받질 않아서? 아니면 부모님에 대한 야속한 마음? 아, 나도 잘 모르겠다.)
1987년에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종로서적에 갔다가 사들고 왔던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새로 개정되어 나온 책인 것 같다. 87년판이랑 표지가 약간 다르다. 하지만 그 마음은 여전할 것 같다.
늘 늦게 들어오시는 아빠, 아빠와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자라나던 나는 책을 통해 나만의 아빠를 만들었던 것 같다. 아빠가 해주셔야 할 이야기들, 아빠의 세심한 배려를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 위로받고 위안받았었다. 책장을 살펴보니 이 책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네가~응원할 것이다>에서 공지영 작가가 위녕에게 쓴 편지글 중 릴케의 책을 인용하는데, 이 책은 98년 겨울내내 나와 함께 했었다. ( 이 책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지 어쨌든 이 판형은 아니다.)
98년에 수능시험보고 헛헛했던 마음을 달래주었던 책이었고 내가 참 좋아해서 늘 끼고 살았던 책이었는데, 공지영 작가도 이 책을 참 좋아한단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그런데, 이 책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작은언니네 집에 있을 것 같다. 조카가 가져간 것만 같다.
늘 많이 배우지 못하고, 늘 쪼들리고 늘 시집살이로 고달프던 엄마는 자식을 넷을 엄마의 뜻과 상관없이 살고 싶은대로 살게 하셨다. 물론 그것도 참 감사할 일이다. 일일이 간섭하고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설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늘 서운하고 섭섭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엄마를 생각하면 자식 넷 굶길까 자신의 손이 부르트고 거칠어지고 심지어 찢겨나가도 묵묵히 고된 일을 하시며 생계를 꾸려나가셨다. 그나마 엄마 덕분에 배는 곯지 않으며 자란 건데, 그래도 나는 늘 영혼을 살찌워주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섭섭해하고 있다.
엄마가 아셨다면, 세상살이 이치에 좀 더 밝았다면, 그리 하셨을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쩌질 못한다. 아이 둘을 키우며 먹고 입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늘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그때 그시절에 조금 부족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원망을 계속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영혼을 살찌워주는 엄마가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그래도 늘 깨닫는다. 좋은 글로 된 편지를 써주는 엄마가 아니었어도 나를 지금까지 늘 지켜주시고 나의 편이 되어 주셨으며, 지금도 늘 딸의 기쁨에 기뻐하시고 슬픔에 함께 눈물 흘려주실 거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한번도 힘내라고 큰소리로 응원하시지 않으셨다고 해도 늘 우리 뒤에서 잘 될거라고 응원해주셨을 거라고 믿는 믿음도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