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오소리 사계절 그림책
이상교 지음, 이태수 그림 / 사계절 / 2007년 4월
절판


오소리가 굴 속에서 밖을 내다 보고 있어요. 봄인가봐요. 분홍 진달래가 피었어요.

깊은 산속, 오소리가 혼자 살았대요. 오소리는 혼자여도 하나도 안 심심했대요. 저 웃고 있는 얼굴 보세요. 얼마나 행복해보이는지 몰라요.

어느 날, 친구들이 놀러와 놀자고 불러요. 오소리는 혼자가 좋대요.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래부르고 혼자 자구요.
땅 속에서 빠직 새싹이 솟는 걸 보고 있잖아요. 그러니 안 심심했겠죠.

골짜기 물에선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오소리는 그걸 보며 시간을 보냈죠. 그러니 심심했겠어요? 아니요 하나도 안 심심했대요.

들판에 꽃들이 가득 피어났어요. 오소리는 꽃을 좋아하는가봐요. 친구들이 찾아와 같이 놀자고 불러도 혼자 노는데 정신팔려 친구들을 거들떠도 안 보고 있어요.

꽃이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도 친구들이 찾아와요. 그래도 오소리는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래 부르고 혼자 잤어요.

그러다가 추운, 추운 겨울이 왔어요.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꼬박 잠을 잤어요. 그러다가 바람이 불어 깼지요. 꽃들도 모두 잠이 들고 나무가지만 흔들리고 있어요. 심지어 눈이 펑펑 내려요. 그때 오소리는 너무 심심했대요. 누군가 나를 보러 왔으면 싶었던 거지요.

친구들이 찾아오던 정다운 길이 눈으로 덮여 보이질 않았어요. 오소리는 빗자루를 들고 정다운 길의 눈을 쓸었어요. 옹달샘 가로 가는 길이 나타나고 도토리 숲으로 가는 길이 나타나고 멧돼지 골로 가는 길이 나타나고 샘 마을로 가는 길이 나타나고 골짜기 물을 마시러 가는 길이 나타나게 쓸었어요.

깡총깡총 토끼, 쪼르르르 다람쥐, 둥개둥개 멧돼지, 겅중겅중 노루, 쭈르르르 수달......
"친구들이 오면 안아 줄테야! 이렇게 꽉!"
오소리가 쓸어놓은 정다운 길로 친구들이 달려와 오소리와 함께 놀면 좋겠어요.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미처 몰랐던 오소리도 이젠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나봐요.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어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요. 소중한 친구들을 위해서 오소리처럼 작은 길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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