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 54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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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병'은 지금은 이 상태, 또 지금은 저 상태, 라고 딱 잘라 분리할 수 없어. 감기만 해도 그래. 목이 간간질 하다거나, 재채기가 한 두번 난다거나, 몸이 으실으실 추우면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지? 그러다가 심해지면 기침에, 콧물에, 열도 나고. 더 심해지면 몸 전체가 욱신거려서 아예 드러눕기도 하지. 그러다가 잘 먹고 잘 쉬면 조금씩 증상이 약해지면서 어느 날 보면 완전히 나아 있잖아. 정확히 " 0월0일0시부터 0월0일0시까지 병에 걸렸었다"고 말하긴 힘들지?^^ 

사람에 따라 건강과 병을 다르게 정의하기도 해. 하루하루 먹고 살 것을 걱정하는 힘든 상황에 놓인 분들은, 그저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를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할지 몰라. 건강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을 경제적, 시갖넉 여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한 거지. 그렇지만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 놓인 분들일수록, 영양 불균형이나 술, 담배 등 건강 관리 부족으로 인해서 병에 걸릴 확률은 훨씬 높은 게 사실이야. 병에 걸렸더라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서 병을 더 키우기도 하고 말이지. 반대로 여유로운 분들은,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도 받고, '정상 수치'보다 높거나 낮은 부분에 대해서 치료를 받고 건강 관리를 하게 되지. 실제로는 아직 병으로 증상을 일으키지 앟았어도, '병이 되기 전 단계'로 보고 미리 예방을 하잖아. 

혹시 동무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고 들어봤어? '충동적인 과다한 행동이 나타나고, 학습 장애를 보이면서,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한 질병'이라고 해. 한국에는 학교 한 반에 3~4명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모가 어렸을 때였으면 그냥 '조금 산만하다'고 했을 동무들이, 요즘은 죄다 이 병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내려지는 것 같아. 약도 먹고 말이지. 이 때 먹는 약이 중고등 학생들에게 '(집중이 잘 되서)공부 잘하게 되는 약'이라고 불법으로 팔리고 있다는 걸 보면, 병이란 것도, 치료하는 약이란 것도, 참 기준이 애매하지? 

'PMS(월경전증후군)'란 것도 있어. 여자들이 월경을 하기 전에, 예민해진다거나 몸이 붓는 것 같은 변화가 있는 것에 대해서, '증후군'이란 단어를 붙여 병으로 규정한 것이지. 사실 월경이란 건 몸 속 호르몬에 의해서 조절되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예민해진다거나 몸이 붓는 것도 그 호르몬에 의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현상들이야. 그런데 그게 왜 '병'일까? 밤이 되면 잠이 오고, 밥 먹을 때가되면 배가 고파지는 것 같은 우리 몸의 많은 현상들이 호르몬에 의해서 나타나고, 우리는 그 대부분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데 말이야. 

'병'이 만들어지면, '환자'가 생기지. '환자'는 '관리'를 받고, 어떤 경우엔 차별을 당하기도 해. 또 '병'이 생기면, 제약회사는 거기에 쓸 '치료약'을 팔 수 있게 되지. '정상인'에겐 '공부 잘하는게 되는 약'으로 쓰이는 약이 'ADHD환자'의 치료약이고, '월경전증후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호르몬 양을 바꾸는 약, 예민하지 않게(불안증/우울증 치료약) 또는 아픔을 느끼지 않게 (통증 치료약)하는 약들을 쓰니까. 

'병은 만들어져. 건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자신에 의해서 뿐만아니라, 건강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 차별 의식과 돈벌이 욕구에 찌들어 있는 모두에 의해서 말이야. '건강'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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