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 48호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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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여성 과학자는 고작 퀴리 부인,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 이상은 없었다. 이번 고래가 그랬어를 보면서 20세기 과학사에 널리 알려진 과학자가 모두 남성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갈릴레이.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하지만 오늘날도 마찬가지란다. 대학의 교수 명단을 봐도 자연 과학과 공학 관련 전공에는 여성 교수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단다.  

과거에는 여성이 과학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남자들의 학문이었단다. 유럽에서 과학이 발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던 두 기관은 대학과 과학단체였다. 13세기에 생겨난 유럽의 많은 대학은 19세기 말까지 여성이 대학에 입학할 수 없게 했다. 특히 19세기까지 가장 높은 과학 연구 수준을 자랑했던 독일과 영국에서 이런 분위기가 심했다. 미국의 '국립과학아카데미'는 3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성 과학자를 인정하지 않다가 1925년에야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1911년 두 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가입할 수 없었단다. 20세기 초에야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의 대학에서 여성 입학생을 받으면서 상황은 약간 나아졌지만 여성 과학자라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봤단다. 핵분열 현상을 이론적으로 확실히 밝히는데 큰 역할을 한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는 베를린 대학 교수가 된 다음에도 뒷문으로 다녔단다. 당시 여성은 물리화학 연구소에 출입할 수 없었단다. 요즘에는 많은 여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 이공계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만 여성 교수의 수는 늘지 않는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단다. '유리 천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는 것이다. 여성이 과학자로서 경력을 쌓아갈수록 여성을 좌절시키는 불이익이 알게 모르게 잇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후반 한 연구를 보면, 여성 과학자는 남성 과학자 보다 두 배나 많은 업적을 남겨야 남성 과학자가 받는 만큼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런 차별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또 학위를 마친 뒤 조건이 나쁜 직장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 성공한 여성 과학자가 많이 나온다는 건 신기한 일일 것이다.  

여성이 과학 활동을 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던 17~18세기에도 마리아 메리안, 에밀리 뒤 샤틀레, 라우라 바씨 등 매력적인 여성 과학자가 있었단다. 뛰어난 화가이기도 했던 메리안은 '수리남 곤충의 변태'라는 책을 써 곤충이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나가노 쿄코의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김성기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3)에서 잘 그리고 있다. 샤틀레는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의 연인으로 유명하다. 샤틀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유럽 대륙에 널리 전파한 훌륭한 과학자였다. 도대체 못하는 게 없는 이 샤틀레를 볼테르는 사랑하면서도 또 질투했단다.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이 샤틀레의 삶을 '마담 사이언티스트'(최세민 옮김, 생각의 나무, 2006)에서 잘 그리고 있단다. 대학에서 과학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은 가정교사에게 배우거나 집안일을 도우면서 어깨 너머로 과학을 공부했단다. 자신의 연구 성과 역시 가명이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시대는 철저히 무시하고 억압했지만, 그들은 결코 뜻을 꺾지 않고 시대에 맞서 '세상의 반'을 대표한 과학자로 역사에 남아 있다.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여학생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닮고 싶은 여성 과학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멘토링제도를 운영한단다. 여성 과학자로 살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던 노하우를 선배가 후배에게 잘 전달한다면 후배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앟고 더 성공적으로 과학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호 고래는 여성과학자 얘기말고도 피터히스토리아, 옥상에서 본 풍경, 태일이, 2007 경향신문 신춘문예 만화부문 당선작 나의 할아버지, 을식이는 재수없어 등 재미있는 내용이 여전히 풍부하다. 여기에 새로 연재하는 카메라랑 놀기-혜빈이의 사진일기가 연재되는데 독특하고 새로운 재미가 있다. 

아쉬운 건 독서논술이 끝났다는 것, 생각하는 자람이 만화가 없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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