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 명절은 엄마 도와 이런저런 설음식을 하고 치우고 설거지하는 것, 그리고 가족들 모여 맛있게 음식먹고 세배하고 덕담 나누고 윷놀이 한판하고 가볍게 술도 한잔하거나 친구들 만나러 밖으로 나다녔던 것 같다. 

결혼후 명절은 할일이 너무 많다. 설음식 준비는 물론이고 치우는 것 설거지하는 것,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음식을 먹고 설거지, 손님이 오시면 상차리고 설거지, 세배하고 설거지, 즐거운 놀이보다는 주로 시중 들기 위주로 명절을 보냈다. 

시부모님이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연휴기간 보내고 내려가시는데 친정에서 맘편하게 잘 수 없어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와 시부모님들과 가볍게 술 한잔하며 얘기 나누고, 다음날 애들 고모네가 와서 점심부터 술을 마셨다. 다행히 고모가 친구들 보러 일찍 일어났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기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시댁 식구들과 모여서 얘기를 하다보면 솔직히 화가나고 울화통이 치미는 건, 내 잘못일 수도 있지만 도저히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지며 사는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진 거의 내 의견을 강요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언성이 높아졌다. 

먼저, 애들 고모부 - 용산 철거민들의 죽음에 대해 나라에 반항하는 것들은 죽어 마땅하다. 국민은 국가가 하라는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시아버지 - 우리나라 민주화가 너무 빨리 됐지. 그래도 박정희, 전두환이가 통치할때가 더 살만했지. 

대략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데 정말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같은 나라에서 조금씩 다르게 살아오긴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정말 속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너무도 다른 사람들과 한 가족을 이루며 산다는게 참 어렵습니다. 거의 제가 열받아하는 걸 지켜보던 남편이 저의 발언을 제지하더군요. 결혼을 하고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솔직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결혼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죠. 그나마 함께 사는 사람이 그런게 아니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생각을 바꿔줄 수 없다는게 갑갑하네요. 

다른 사람들보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낸 우리 가족들은 어제는 작은애 예방접종을 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고 오늘은 아이들 데리고 눈썰매장을 다녀왔어요.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은 관계로 사진은 없어요. 

결혼을 하고나서는 명절이 좀처럼 기다려지지 않네요. 제겐 하나의 병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새해가 밝았으니 새 희망을 하나씩 품고 올 한 해도 살아가야겠죠.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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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울 어머니도 대체로 저런 시각. 심지어 제 친구도 저런 사람이 있어요. 나이가 많건 적건 세뇌 교육은 너무 무서워요. 우리는 건강한 이성과 상식을 갖고 꼭 살자구요ㅠ.ㅠ

꿈꾸는섬 2009-02-02 12:4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잘 다녀오셨나요? 명절에 시댁 식구들 모여 얘기하다보면 갑갑해요. 친정에서라면 맘 놓고 얘기라도 하고 다들 안된 사람들 불쌍하다 얘기하는데, 살아온 것도 너무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다르고 게다가 시댁이라구 말도 맘 놓고 못하니 더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