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그랬어 43호 - 2007.5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지음 / 고래가그랬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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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호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는 가전기구가 생겨나면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로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가전기구가 생겨나면서 밥을 하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훨씬 더 많이 편리하고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여자를 해방시킨게 아니라 집안의 남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게게 된 것이란다. 

미국의 한 역사학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각 가정에 세탁기,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이 들어오면서 가사노동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조사했는데 결론은 우리 생각과는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가전기구 덕분에 가사노동이 훨씬 더 수워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여성의 가사노동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성능 좋은 세탁기 덕분에 아무리 부피가 크고 무거운 빨래도 혼자서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되면서 부피가 크고 무거운 빨랫감, 세탁, 청소 같은 가사노동은 고스란히 엄마의 몫이 되었다는 것, 집안의 남성들이 비로소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빨래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에는 두세번더 입어도 문제가 안 됐을 얼룰도 이제는 바로 세탁해서 입는다는 것, 지나치게 깔끔을 떨어 가사노동이 늘어나는 것, 가족들에게 깨끗한 옷을 입히지 못하는 주부는 세균의 위험으로부터 남편과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야한다는 것 등 가전기술이 발전했다고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어른들 옷은 버거워서 손빨래할 엄두는 나지 않으니 세탁기를 돌리지만 아이들 속옷, 내의 등은 여전히 손빨래를 한다. 빨래를 이중으로 한다고 남편은 가끔 잔소리를 하지만 세탁기로 빨아서 입힐때와 손빨래해서 입힐때 아이들의 몸 가려움증이 있고 없고 한다. 그리고 전기밥솥이 있긴 하지만 압력밥솥으로 밥을 했을때 더 맛이 좋고 아이들도 더 잘 먹으니 전기밥솥도 거의 사용하진 않는다. 가전기구가 많이 늘었다고해서 나의 일거리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건 사실 몸소 느끼고 있던 일이긴 하지만 예전에 힘들게 사셨던 엄마를 생각한다면 그래도 지금이 더 나은 건 사실이라는 생각이 있다. 

고래토론에서는 학원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옛 이야기로 들려 주는 수학 가짜 동전, 생각하는 자람이는 이성친구를 사귀는 동성친구의 이야기, 태일이는 사장에게 해고 당하고, 피터 히스토리아는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만났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학대받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옥상에서 보는 풍경은 짝궁과의 싸움과 화해, 도구의 역사는 피라미드 공사의 기초적인 것들, 을식이는 재수없어는 우주 전쟁을 다루고 있다. 

고래와 독서노술은 폴 빌라드의 <이해의 선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어른의 마음을 배우게 했던 따뜻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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