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서 준비했던 작은 선물들을 가지고 우리 가족은 언니네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케잌도 한 조각씩 먹고 아이들을 일찍 잠자리에 재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내가 준비했던 것뿐이었다. 다른 집들은 아이들이 있을때 배달되어 온 선물을 미리 주었고 우리 아들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은 큰언니의 바람과는 달리 지민이가 바로 현준이에게 전해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저마다 기대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혜지에게 빨간머리 앤, 내년에 초등학생이 될 수민이에게 시간이 뭐예요? 5살지민이에게 100단어 스티커 놀이책, 2살 동하에게 아빠하고 나하고를 머리맡에 두었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4살 현준이에겐 뽀로로 휴대폰과 스티커, 2살 현수에게 오빠와 같은 뽀로로 휴대폰과 머리띠를 각각 머리맡에 두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 아이들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저마다 산타할아버지가 오시지 않았다고 큰소리로 외쳤댔다. 수민이가 가장 많이 기대하고 있었던 듯 가장 많이 실망했었다. 그러자 큰언니는 동하에겐 선물이 왔다며 아빠하고 나하고를 들어서 보여주었고 눈치빠른 수민이는 책은 막내 이모가 준 거 아니야? 하고 되물어왔다. 나는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그렇게 실망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기에게 온 선물을 확인하며 혜지는 그림이 너무 예쁘다며 책이 두껍긴 하지만 너무 귀엽다며 재미있게 읽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민이는 시간이 뭐예요?를 들고 내게 가져와 읽자고 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좋았고, 스티커 붙이기, 시계 만들기, 달력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면 시간에 대해 잘 알아야하니까 산타할아버지가 자기에게 보내 준 것 같다는 고마운 말을 하며 책에 대한 애정을 한없이 보여 주었다. 그리고 지민이는 워낙 스티커 붙이는 놀이를 좋아하고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어서 무난한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동하는 아빠하고 나하고를 통해서 거의 매일 늦게 귀가하는 아빠와 더 많이 친해지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에겐 책이 배달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수민이는 현준이, 현수는 평소 책을 많이 보니까 산타할아버지가 휴대폰을 선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희망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째 리본이 달린 커다란 상자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는지...그런 선물이 아닌 책을 선물한 나를 조금은 부끄럽게 만들뻔한 아침이었지만 막상 책을 보고는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걸 보니 오늘 하루 마음이 푸근했다.
겉만 뻔지르르한 선물보다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선물을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