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젊다는건 여전히 미완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내기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길로 걸어갈지 우리는 아직도 잘 모른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지금부터 다른 길로 찾아가야하는건지 우리는 때로 아무것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의 젊음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그 어떤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비는 젊음의 미덕이라던 박완서선생님의 글이 생각났다. 실컷 젊음을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의 시선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젊음, 어느 것 하나 또렷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들이 가야할 길을 찾아갈 수 있을만큼만 소비하고 있다. 결코 그들의 길을 이탈하지 않는 것이다.

인호와 준의 무전여행은 내가 지나갔던 곳들과 맞물려 읽는동안 잠깐씩 즐겁기도 했다. 천안, 공주, 부여, 남원, 순창, 제주도, 부산......

"이 소설은 수십 년 전의 일이고 지금 세대의 아버지나 어머니들이 겪은 일이다. 그러나 젊음의 특성은 외면과 풍속은 변했지만, 내면의 본질은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남자인 준의 얘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여자인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십대후반에서 이십대초반까지 나도 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왔었다. 나는 누구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로 가야하는가?(물론 삼십대인 지금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무엇이 될까? 내 삶의 진정성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할일없이 고민하고 친구들과 밤늦도록 어울려지내기도 했었다. 세상의 온갖 근심을 짊어지고 어느 주점에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우습기도 하지만 그때가 참 좋았었단 생각을 하고 있다.

<장길산> <삼포가는 길> <객지> <무기여 잘 있거라> <심청>을 읽었었다. 작가가 주는 안정된 기대감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발판이 되었다고 해야겠다.

개밥바라기별-샛별, "잘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물릴 때는 개밥바라기" 너무 멋진 표현을 만났다. "인생 뭐 있어?"라는 어느 개그맨의 한때의 유행어처럼 인생은 잘 나가기도 하고 쏠리기도 하고 하는, 그런게 아니겠는가.

젊다는 건 또 그런 것 같다. 실컷 혼란스러워하며 헤매다니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젊음에 대한 배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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