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레 할머니 내가 처음으로 읽는 세계명작 10
그림형제 원작, 김세온 그림, 보물섬 구성 / 웅진주니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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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현준이는 전래동화를 좋아한다. <해님달님> <흥부놀부> <의좋은 형제> <말 안 듣는 청개구리> 등등 착한 것, 나쁜 것을 구분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전래동화가 갖고 있는 권선징악을 아직 4살인 현준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효과가 대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얘기하고 마지막엔 나름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도 내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때에 전래동화를 인용해서 말하기도 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예를들면 현수가 엄마 말을 안 듣고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손을 담그거나 현관에 놓여 있는 신발을 갖고 놀때 엄마 말을 안 들으면 엄마도 청개구리 엄마처럼 속상하니까 말 좀 잘 들으라고 말귀 못 알아듣는 동생에게 설교를 늘어놓는다. 또 자기가 열심히 뭔가를 갖고 노는데 현수가 막무가내로 빼앗으려고 들면 욕심내면 놀부처럼 도깨비아저씨한테 혼난다는 등 현수를 상대로 전래동화를 인용해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홀레 할머니>를 읽어 주고 함께 얘기를 하는데 대뜸 동생은 예쁘게 생겼는데 언니는 못 생겼다고 욕심쟁이들은 모두 못생겼단다. 동생은 예쁘고 일도 잘하고 그래서 홀레 할머니가 금을 주었는데 언니는 못생기고 일도 안하고 잠만자서 할머니가 더러운 기름을 주었다고 자기는 동생처럼 예쁜데 현수는 언니처럼 못생긴 것 같단다. 또 전번에 읽은 <흥부놀부>에서는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나빴다고 얘기하다가 근데 왜 동생만 예뻐?하고 물었다. 자기는 오빠지만 멋지고 엄마 아빠 말도 잘 듣는데 왜 책에서는 동생만 예쁘냐고 내게 따지듯 묻는데 조금 난처했다. 글쎄, 그건 왜일까? 엄마랑 같이 생각해보자. 그랬죠.

현준이에게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 하지만 나쁜 사람들은 대개가 착한 사람들보다 힘이 센 경우가 많아. 그래서 책에서는 힘이 약한 동생을 착한 사람으로 힘이 센 형을 나쁜 사람으로 만든 걸거야.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다만 우리 현준이는 힘이 세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라 착한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라구요.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우리의 전래동화 속 인물의 설정이 우리 아들에게는 불만이었겠지만 오히려 센 힘을 좋은데 쓰도록 노력하자는 결론으로 이 책을 덮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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