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지팡이 여행 사계절 그림책
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난 사실 장애에 대해 편견없이 대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 때가 있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사람이나 왜소증 환자나 벙어리, 장님 등등 장애가 있는 분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내 사촌중에 왜소증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나도 이런데 이성적이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심지어 생각없는 아이들이 장애우를 놀리는 걸 목격하기도 했었다. 뭐라고 따끔하게 얘기를 한다고는 했지만 나도 모르게 동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피하고 싶었던 건 그들에게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줄이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불편하니까 그들을 동정해야되는게 아닐까 그들을 먼저 배려해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발레리는 차츰 시력을 잃어가게 된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도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친구들은 '에이, 농담하지마. 넌 볼 수 있잖아.'라고 말하며 발레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고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학교에서 수자라는 특수교육 선생님을 만나 친구들과 따로 수업을 받는다. 무언가를 배우는 건 좋지만 친구들과 떨어져 다른 교실로 가는게 싫었다는 발레리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 흰지팡이를 사용하게 되었고 점차 익숙해져서 제법 길을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 앞에서 흰지팡이를 사용하는건 망설인다. 하지만 친구들도 지팡이 쓰는 법을 알고 싶어하는 걸 알게 되면서 자신감을 갖기도 하지만 로저라는 아이처럼 '찌르개'라며 놀리는 아이도 있다. 시력을 잃어 볼 수 없다고해서 자신이 있는데도 옆에 없다는 듯이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땐 마음이 많이 아프단다.

그 여자가 내 지팡이를 보고 말했다. "아주 예쁜 아이인데 눈이 안 보인다니 정말 안 됐네." 정말 마음이 아팠다! 막 화도 났다. 그 여자는 내가 듣지도 못한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말귀도 못 알아듣는 바보로 여긴 걸까?

나는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가끔 넘어질 때도 있지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는 수영도 한다.(수영 캠프에서 메달도 땄다.) 그림도 그리고, 찰흙으로 모형도 빚는다. 오르간 연주도 배우고 있다. 무용도 배우고 있다. 나는 내 손으로 침대를 정리한다. 게다가 나는 설거지도 한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법이랬다. 다른 사람들도 그걸 배우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 그 사람들도 보는 방법이 무지 많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사계절에서 나온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인데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들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고 아이와 함께 장애우에게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에 대해서 토의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교에서라면 안대로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주는 좋은 책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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