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현준이가 읽을만한 책들을 물려받았다. 물티슈를 뽑아들도 책 겉을 열심히 닦고 있는데 현준이도 현수도 모두 도와주겠다며 달려들었다. 어느정도 끝나갈무렵 현수가 현준이쪽으로 다가가더니 책을 뺏으려고 했다. 당연히 빼앗기지 않으려고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다가 현수를 냅다 때렸다. 쇼파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편이 현준이 당장 아빠 앞으로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현준이가 들은척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내가 나서서 처리할까도 생각했지만 남편의 위치도 중요한지라 그저 남편과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꿈적하지 않는 아들, 당장 자기 앞으로 오라고 소리치는 남편, 난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현준이 아빠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해. 현수를 때린 건 네가 잘못한거니까. 그러고 아들이 아빠앞에 섰는데 남편 한다는 말이 너가 현수 때리면 아빠도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그러면 좋겠어? 싫겠어? 대답하라고 자꾸 강요한다. 당연히 싫겠지. 근데 현준인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둘이 그렇게 있길래. 현준아, 아빠게 대답하고 잘못했다고 하자. 현수가 먼저 시비를 걸었지만 엄마나 아빠는 때리는 거 싫어하잖아. 그랬더니 아들 한다는 말이 나도 참고 있거든. 그러는거다. 4살먹은 아이가 할 소린가 싶기도 하고 남편때문에 오히려 아이 맘이 틀어진게 아닐까 걱정도 되고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애를 낚아채서 방으로 데려가며 회초리를 집어 들었다. 아, 그건 내 전용인데......내가 현준이에게 몇번의 경고를 날리다 가끔씩 써먹는 회초리를 집어들고 무서운 얼굴로 들어가길래 말렸는데 방문을 걸어 잠갔다. 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애를 어쩌려고......애를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아들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아, 미치겠다. 왜 자꾸 애를 몰아세우기만 하는거지. 눈물이 났다. 결국 아들이 잘못했다고 다음부터는 현수를 때리지 않겠다고 빌었다. 왜 자기는 아들을 때리냐구요. 화가 좀 났지만 참았다. 아빠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화해하고 끌어안아주고 나왔다고는 했는데 아들이 내품에 안겨서 한참을 흐느끼며 울었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그래서 현준이를 끌어안고 <엄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를 읽어 주었다.결국 그렇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아빠와 자던 아들이 아빠 옆에 가지 않고 내 옆에서 자겠다며 금새 잠이 들었다.

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또 남편과 다툴 수 없어서 참고 있는데 내가 아이를 오냐오냐 응석받이를 만드는 거라며 책임전가도 한다. 아이를 다루는게 나와는 또 달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뿐이다.

내일이면 아빠와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