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닐곱살 유괴당한 한 소녀가 자신을 산 여주인의 죽음과 함께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온다. 이 소녀는 세상에 쳐진 그물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 그물을 쉽게 빠져나와 자신의 길을 떠난다. 쉽지 않은 여정은 계속 되지만 처절하다거나 불쌍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감상적인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슬퍼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자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어느 것 하나 알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아랍지역에서 프랑스로 그리고 미국으로 그녀는 끝없이 헤매다닌다. 그러다 자신이 끝내 가고자 했던 아프리카로 힐랄 부족을 찾아간다. 

  더이상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제 나는 마침내 내 여행의 끝에 다다랐음을 안다. 어느 다른 곳 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말라붙은 소금처럼 새하얀 거리, 부동의 벽들, 까마귀 울음소리. 십오 년 전에, 영겁의 시간 전에, 물 때문에 생긴 분쟁, 우물을 놓고 벌인 싸움, 복수를 위하여 힐랄 부족의 적인 크리우이가 부족의 누군가가 나를 유괴해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이제 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제 더이상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우며 이유없는 떠돌아다님을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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