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친구들과 아침 일찍 만나 조조영화를 보고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우리집이 엄청 멀다는 걸 실감하며 어서 빨리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물론 우리 동네에도 영화관이 생겼지만 서울 사는 친구들을 만나야 했기 때문에 평소에 일어나지도 못하는 시간에 일어나 쌀을 씻어 앉혀놓고 집을 나섰다. 강변 cgv까지 한시간 전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한시간 10분이나 걸렸다. 참 멀었다.

집에서 가는 유일한 버스는 온동네를 다헤집고 돌아서 돌아서 강변역에 나를 내려 주었다. 어서 전철이 개통되던가 해야지......(그래도 가깝진 않을 것 같지만서도)

먼저 나온 친구들이 영화표를 끊어 놓았고 나는 다행히 영화 시작 전에 도착했다. 미안한 마음에 커피 한잔씩 사주었는데 알고보니 영화는 조조할인해서 4000원, 커피는 3050원, 별 차이가 없는거다. 기분 참 묘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는 내내 빠른 진행에 화려한 패션에 정신을 홀딱 빼앗겨서 영화를 보았다. 유쾌했다고 해야 하는걸까? 여하튼 재미있었다. 인생이 다 그러하듯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것. 성공을 하기 위해서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것. 뒤통수도 때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주인공은 평범한 인생을 선택한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영화를 보고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TV로만 보던 여러가지 특별한 오므라이스가 준비되어 있던 곳인데 가격이 장난 아니다. (내가 넘 오랜만에 나가서 그랬던가) 여하튼 밥한끼 먹는데 최소 만원이다. 밥을 먹고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오전에 만나 영화 한편 보고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수다를 떨었는데도 12시 30분.

서로가 아줌마가 되었기에 영화 한편 보기도 쉽지 않았던 우리들, 아침 일찍 서두를 수 있게 도와주었던 남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시쯤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여유로운 단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하는 나는 이젠 정말 아줌마가 된 것 같다. 시댁 얘기에 집 얘기, 애기 얘기, 신랑 얘기, 우리 자신의 얘기는 정작 별로 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며 조금은 씁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