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글에 먼저 놀라고 그의 끊임없는 독서욕에 놀라고 거기에 그의 이력에 대해 놀란다.

문학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는 우리 신랑같은 사람도 '장정일'을 안다. '아담이 눈 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의 소설들은 대중들에게 영화로 더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에 그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신랑은 그런다. 장정일은 선정적이고 변태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고.

나는 말했다. 나는 장정일을 잘 모른다. 그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읽었고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읽었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읽었고 '보트 하우스'를 읽었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의 소설은 별 볼이리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신랑의 생각은 그의 소설이 시사하고 있는 문학적인 연결고리들과는 맞닿아 있지 않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이상 장정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장정일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친구들끼리 우스개소리로 장정일이 우리보다 가방끈은 짧다고 말하며 웃었던 적이 있었지만 실은 그가 우리보다 예리한 통찰력을 가졌고 우리보다 뛰어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리보다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졸업증명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키우기 위한 공부였다는 것을 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그의 졸업장은 중학교 졸업장인 전부일진 몰라도 그의 인생의 지식은 우리들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형도 시인이 어린 장정일을 만났던 회고에 대한 글을 읽었던 기억에 따라도 그는 범상치 않은 문학적 감수성을 지녔다고 했었다. 나는 그를 책으로만 만났기에 아직도 그를 잘 모른다. 

알라딘 신간 안내를 받고 너무도 반가워서 이 책에 대해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아직 장바구니에 담을 주머니 사정이 되지 않아 잠시 미루지만 곧 장정일의 공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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