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친절 - 친절의 가면 뒤에 숨은 위선과 뒤틀린 애정
바버라 오클리 지음, 박은영 옮김 / 열대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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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친절'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도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이자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저자는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사건이면에 숨겨진 실제 사건의 모습과 친절의 이면에 숨은 위선과 비뚤어진 애정관과 주변인물들 간의 다층적 심리들을 정신 병리학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저자는 수사 초반에 피해자로 인식되었던 캐럴 앨든의 숨겨진 모습을 통해, 그녀의 욕망에 초점을 두어 새로운 방식으로 살인사건을 낱낱이 파헤치고 전체적인 수사과정을 철저하게 재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그녀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건은 2006년 7월 29일, 미국 유타 주의 한 마을에서 동물 애호가이자 예술가인 캐럴 앨든이라는 여자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인 후 정당방위로 남편을 죽였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시작된다. 처음 도착한 수사관들은 캐럴의 남편 마티의 마약관련 긴 전과기록을 알고 있었고 술 마시고 폭력적으로 행동을 보였다고 캐럴에 의한 신고 전화가 빈번했던 점을 기억해냈고 그저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캐럴을 대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번의 걸친 심문 결과 캐럴은 교묘하게 진술을 번복하게 되고 캐럴이 주장하는 사건과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살인의 증거가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살인사건은 전혀 다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의 살인은 가정폭력에 의한 매맞은 아내의 정당방위였을까? 아니면 마약과 술에 절은 마티를 도발한 계획적인 살인이었을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살인사건일까?

 

'냉혹한 친절'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매 맞는 여자 증후군에 속하는 피해자이거나 나쁜 남자에 매료되어서 자신이 돌봐주면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돌봄 강박증이 아닐까 했었다. 그러다 나쁜 남자의 지독한 폭력에 의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정당방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저자가 수감되어 있는 캐럴과의 편지 왕래를 통해서, 인터뷰를 통해서, 캐럴의 가족과 마티의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서, 수사관들의 수사를 통해서 실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이 사건은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며 피해자 캐럴에서 가해자일 수도 있는 범죄자 캐럴의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인다. 저자는 이를 위해 뇌 과학과 심리학, 범죄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자료들을 통해 캐럴 앨든이 그렇게 된 이유를 찾고자 하며 사건을 다각도에서 보려고 한다. 이쯤 되면 캐럴의 실체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겉으로 보여 지는 모습과 실제 사건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고 가해자로만 인식되었던 캐럴의 남편 마티는 또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의 진술은 거의 캐럴의 입장에서 나온 그녀의 진술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실은 그녀의 진술 속에 가려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물론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죽음을 맞이한 상태에서 그날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캐럴이 단순히 감정이입이 지나치게 많았던 친절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한 친절한 사람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동반의존, 매 맞는 여자 증후군, 돌봄 강박증, 애니멀 호딩 등을 복합적으로 지닌 여자이기에 나쁜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정당방위로 상대방을 죽인 피해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를 통해서 그 모습만을 단순한 진실로 보기에는 드러나기 시작한 실제의 모습은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을 그녀가 원했던 다섯 아이를 폭군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던 다정다감한 어머니의 이미지와 독특한 예술 세계를 지닌 예술가의 모습만으로 보기에는 추함이 가려지지가 않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캐럴은 수감되어 있으면서도 가족들을 통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저자의 연구가 진실이 아니라며 수많은 항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친절하고 다정한 어머니이며 예술가이라고.

 

저자는 이 책이 “잘 속아 넘어가는 캐럴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속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캐럴을 통해서 타인에 대한 왜곡된 감정이입과 위험한 친절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잔인한 결과를 초래하는 친절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친절을 가장한 냉혹한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만 저자가 우려했던 것처럼 실제 폭력에 의한 진짜 피해자들이 그녀들의 행동에 대해, 캐럴의 사건으로 인해 의심받고 추궁당하며 오히려 피해자에서 억울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현상에 대해서 깊은 우려가 된다. 더 많은 심층적인 다각도 연구를 통해, 실제 피해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하고 그 반면에 아직은 미흡한 법과 연구,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시켜 피해자 역할을 하는 냉혹한 가해자를 가려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냉혹한 친절'을 다 읽은 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하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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