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꿀 - 삼손 이야기 세계신화총서 5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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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꿀>은 힘센 무적의 사나이, 강한 근육질의 몸과 힘으로 세상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사나이, 그러나 아름다운 미모의 여자 들릴라의 배신으로 신이 그에게 부여했던 성령의 힘의 근원인 머리카락을 잘림으로 해서 모든 것을 다 잃어야했던 비운의 남자, 삼손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한다. 아마도 종교와 관계없이 무적의 사나이 삼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다 듣고 자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신의 종으로 핍박받던 이스라엘 민족을 블레셋 사람들로부터 해방시켜야 하는 의무를 태어나기 전부터 부여받았던 삼손의 이야기를 성경을 통해서, 영웅 신화를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많이 접했었다. 하지만  삼손의 대한 이미지는 결코 호의적이지 못했었고 그저 미련하리만큼 '힘'만을 이용해 신의 의도였다고 해도 도가 지나친 살생을 했던 잔혹한 인물로만 생각되었고 그저 육체에 비해 머리는 단순해서 여자의 미모에 쉽게 눈이 멀어 자신의 임무를 져버리고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에야 정신을 차리고 신에게 귀의한 인물로만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자의 꿀'은 삼손에게 가졌던 모든 편견, 오해를 사라지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 데이비드 그로스먼은 성경의 행간을 읽어가며 새롭게 삼손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삼손을, 인간의 면모를 부각시키며 우리 곁으로 데려다 주며 태생부터 남달랐던 이야기를 통해 그가 겪었을 고독과 남과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자라야 했던 이야기를 행간을 짚어가며 새롭게 해석한다. 삼손은 태어나기 전부터 천사의 모습을 한 그 분이 다녀가신 후 어머니는 신의 천사의 부름을 받아 삼손을 잉태하었고 그 임무를 평생 기억하고 살아야만 하는 아이로 자라야 했고 부모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낯설음과 함께 세상과 만나야 했다. 하지만 삼손은 기존의 영웅들과는 달리 인간적인 고뇌, 방종, 충동, 욕망, 욕정이 강했던 인물로 자라게 되고 그래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걸치게 된다. 아마도 그에게 영웅이라는 장막을 걷어내고 지나치게 무자비한 '힘'을 걷어낸다면 그는 그저 혈기왕성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지닌 한 청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께서 부여한 힘으로 임무를 완성해야 하는 신의 도구로서 운명을 타고 났고 그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 속에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남과는 다른 운명을 갖고 태어났음을 거부하고 싶은 욕구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받고 싶은 욕망을 지닌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여지없이 사람들은 크나큰 '힘'을 지닌 삼손을 두려워하고 그 '힘'의 근원을 알아내어 제거하고자하며 거듭 배신을 되풀이한다. 그는 들릴라의 계략을 알게 된 순간에도 그녀에게 속아주며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며 내적갈등을 극대화시킨다. 작가 에이비드 그로스먼은 철저하게 인간 세계에서도 신의 세계에서도 속하지 못했던 삼손의 고뇌를 행간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새롭게 해석하며 그의 고뇌, 격렬했던 삶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또한 지금 현대의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커진 힘으로 중동 지역전체를 끊임없이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며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삼손의 모습에서 그러한 점들을 발견하고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점 또한 멋지게 다가온다.

 

'사자의 꿀'은 성경의 삼손 이야기 속 평면적이던 삼손의 모습을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변모시키며 행간의 의미를 다시금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분석력과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에 기인한다. 읽는 동안 왠지 신화 이야기를 접하면서 느껴야 했던 위압감과 낯설게 느껴졌던 거부감을 떨칠 수 있었고 시종일관 재치 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며 재미나고 신나게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지역의 신화를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쓰는 세계 화총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출간되자마자 구입해놓았던 신화총서를 올해는 다 읽어보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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