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심연을 바라보다.

모방범 3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모방범'은 도쿄의 한 공원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버려진 여자의 오른 팔과 핸드백이 발견되면서 일본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게 된다. 핸드백의 주인과 오른 팔의 주인이 각기 다른 사람임이 범인에 의해 방송국에 알려지게 되고 가증스런 범인의 농간에 사건에 개입된 모든 관계자들이 휘둘리게 된다. 1권에서는 끔찍하고 경악스런 사건을 중심으로 가학적이고 과시적인 범인에 촛점이 맞춰지고 2권에서는 범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이 안고 있는 트라우마와 잔인함을 부각하고 그들을 잡기 위한 노력하는 경찰관계자들과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통의 수렁 속에 갇힌 피해자, 가해자 가족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그려진다, 3권에서는 두 얼굴을 가진 진범에게 열광하는 매스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름끼치게 보여주며 사건의 결말을 향해서 치밀하게 나아간다.

'모방범'은 출간되었을 때부터 줄곧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워낙 시리즈물에 좀 약한 탓에 세 권이나 되고 다 합친 분량이 1500페이지가 넘는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계속 선뜻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마음먹고 읽게 되었는데 읽기 시작하자마자부터는 거의 순식간에 읽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숨고르기를 해야만 했었던 순간들 빼고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들려주는 피해자, 가해자, 경찰관계자들의 이야기와 정말 잊지 말고 가장 배려해줘야 하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외면하고만 마는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스런 시간들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다루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의 비통하고 고통스런 마음의 상처만큼이나 가해자 가족의 고통 또한 만만치가 않게 다가온다. 피해자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되지만(물론 그 점도 도가 지나치면 또 다른 고통이 된다.) 가해자 가족들은 정작 가해자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같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지옥 같은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물론 피해자 가족인 신이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는 메구미와 같은 가해자 가족들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죄인의 심정으로 살아야만 한다. 작가는 이러한 부분들을 잘 포착하여 연쇄 살인사건에 개입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으며 긴 호흡으로 숨 막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모방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