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형사, 탐정클럽 -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
외르크 폰 우트만 지음, 김수은 옮김 / 열대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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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긴 잔혹한 역사를 지닌 것이 '살인'이다. 인간이 당해왔고 저질러온 가장 끔찍한 죄악인 살인을 실제의 다양한 사건 사례들과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살인사건, 유명한 추리작가들의 추리소설, 추리영화와 범죄영화 등을 통해 살인의 문학사 전반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아버지를 살해한 오이디푸스 왕부터 1987년 최초의 성과를 올린 후, 범죄사건의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DNA 분석, 중세시대의 가장 은밀하고 잔혹했던 독살사건, 지금까지도 가장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살인마 잭, O. J. 심슨 사건 등 살인사건을 둘러싼 오랜 과정을 다양한 사건을 통해 살인의 문화사를 소개한다.  

잔혹한 현실세계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경악시키고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들은 끔찍한 공포감과 동시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인류 최초의 증거 확보 수단인 고문, 경찰과 탐정, 법의학자의 탄생과 발전, 여성 범죄자와 남성 범죄자의 비중과 수많은 미제사건, 형사재판, 살인자에 대한 처벌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살인'을 조명하고 있어 시대마다 다른 판결, 사건의 유형, 살인범들의 모습들을 통해 그 시대의 고충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또한 몇 명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살인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모든 시대를 뛰어 넘는다. 수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재 탄생되고 영화, 연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킬러 형사, 탐정클럽'을 읽으면서 수많은 살인사건과 살인마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유난히 관심을 끄는 인물이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는데 우연인지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 속에 등장하는 희대의 살인마 크리펜 박사에 대한 관심은 예상외로 동시대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라웠던 '크리펜 박사 사건'의 사례를 소개해본다.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크리펜 의학박사가 미국에서 런던으로 이주한 것은 폴란드인 아내 코라가 더 큰 무대에서 오페라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고 싶다고 하여 이주한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하고 레이디스 뮤지홀의 경리 당담을 하게 되어 불평불만이 많았다. 그녀는 모든 스트레스를 크리펜 박사에 화풀이를 했고 그는 점차 지쳐가게 되었다. 크리펜 박사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었던 간호사와 사랑에 빠졌고 부담스러워진 아내를 독살하기로 마음먹고 실행하게 된다. 그는 일반적으로 마취에 사용되고 있는 약인 스코폴라민을 이용하여 아내를 죽인 후 석탄 창고로 쓰이는 지하실에 묻게 된다. 그 후 크리펜 박사는 아내가 미국으로 돌아가 갑자기 폐렴으로 죽었다고 주위에 알리게 된다.   

그러나 건강했던 코라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경찰들과 지인에 의해 조사가 들어가자 간호사를 남장으로 꾸며  아버지와 아들로 영국증기선을 타고 도주를 하였다. 하지만 부자로 보기에는 행동거지가 수상하였고 선장의 신고로 체포되고 크리펜 박사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 사건의 놀라운 점은 석탄 창고에서 발견된 시체 잔해에서 발견된 흉터를 통해 코라 크리펜의 시체라는 것을 확인한 점, 독극물이 처음으로 살인사건 재판 자료가 된 점, 남장을 한 애인과의 도주와 체포과정, 무선전신의 도움으로 살인범을 잡은 최초의 사건이었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수 많은 소설과 영화, 연극의 매력적인 소재가 되고 있다.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살인을 다양한 문화사의 사례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었고 추리소설,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다만 책 표지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책 내용은 예술, 문학, 과학의 발전과 함께 킬러, 탐정, 과학수사에 이르기까지 살인사건 전반을 다루고 있는 데, 그러한 점들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 아내 살인범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크리펜 박사 사건이 등장하는 책들.. (베이커가의 살인(자음과 모음), 고독한시월의 밤(시공사), '가짜 경감 듀'(동서문화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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