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루 기담
아사다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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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루 기담'은 작가 아사다 지로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를 5편 담고 있다. 기담하면 여차하면 정말 귀신이야기 내지 유령이야기로 가다보면 좀 가벼워지는 장르이기도  한데, 아사다 지로가 들려주는 사고루 기담은 운치가 있고 진중함이 있으며 일본적이다. 5편을 읽다보면 일본 전통 검과 무사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중시하는 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 5편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 묘하게 이어지는 과거의 향수처럼 느껴지는 아스라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사고루는 ‘모래로 지은 높은 누각’이라는 뜻으로 이 이름은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는 아득한 꼭대기이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자리를 의미하는 '사고루'의 비밀 이야기 집회가 시작된다. 회원들은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로 차마 털어놓지 못한 기이한 비밀이야기를 하며 절대 비밀엄수를 규칙으로 정하고 각자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음 속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 '대장장이'는 일본 도검을 통해서 전통성과 일본 도검에 얽힌 숨겨진 과거사와 천재 장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두 번째 이야기 '실전화' 는 어린 시절 단짝 친구였던 린이 평생에 걸쳐 친구 시마 주위를 맴돌며 아름다웠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추억 속에 사는 린이 가여웠고 거듭되는 우연한 만남이 마음의 짐이 되기 시작한 의사 시마도 가여웠다.

세 번째 이야기가 가장 일본적이고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으스스한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준 이야기이다. '엑스트라 신베에' 는 막부 시절 사무라이 영화를 찍는 장소에 진짜 사무라이 같은 말투와 완벽한 분장과 의상을 입은 다치바나 신베에가 나타난다. 그는 누구일까? 홀연히 나타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끝내 죽음을 맞았던 진짜 막부시대 다치바나 신베에 사무라이였을까? 명예를 위해 끊임없이 임무를 완수하고자 나타나는 무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네 번째 이야기 '백년의 정원' 은 우아한 영국식 정원의 주인으로 유명한 가드닝의 여왕 오토와 다에코가 이야기 할 차례인데 그녀대신 한 노파가 자신이 그녀의 정원지기로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완벽한 정원을 꿈꾸었던 선대의 주인과 아버지의 뜻에 따라 완벽한 정원을 꾸미고자 노력한다. 백년이 가까오는 정원에 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하며 백년의 정원을 완성하고자하는 정원지기의 의지가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섬뜩하게 그려진다.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의지는 자연의 종으로 살아온 그녀를 통해 미소 띤 얼굴 뒷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섯 번째 이야기 '비 오는 밤의 자객'은 우연한 기회로 야쿠자 세계에 들어선 소년은 오야붕을 죽이라는 엄청난 임무를 맡게 되고 죽을 각오로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마지막을 위해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닥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되고 우연과 오해가 겹쳐 그는 야쿠자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우연과 오해가 겹쳐 야쿠자 최고의 자리 오른 다쓰는 가장 인간적이며 인간이 지닌 약점과 강점을 잘 말해준다.

다섯 편 모두 진중함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 했다. 작가 아사다 지로가 들려주는 기담은 확실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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