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데이트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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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는 최근에 나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로 유명해지셨다. 하지만 나에게 얼마 전 읽고 가슴이 묘하게 뛰었던 작품이 있었다. 북유럽 신화 속 인물인 꿈의 신 앵거스가 주인공이었던 '꿈꾸는 앵거스' 였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의 글 속에 살아 숨쉬는 여러 명의 앵거스를 그리워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꿈꾸는 앵거스'가 좋았기에 이번 작품에서 다소 실망을 하게되면 어쩌나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데이트를 주제로 한 9편의 단편들을 읽고는 역시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나름 독특한 면모들을 지니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친구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또한 나의 별난 모습도 갖고 있다.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우리가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는 본연의 매력으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책 속으로, 주인공에게로 빠져들게 한다. 9편의 단편들 역시 각기 다른 시대, 환경, 상황 속에서 데이트를 매개로 이어진다. 그러나 결코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되는 느낌은 없다. 그만큼 단편들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묘한 매력을 지닌다. '원더플 데이트'에서는 상류층 중년들의 작은 일탈이 그려지고 '작고 어여쁜 데이트'에서는 한숨 한번 쉰 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고, 가장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게끔 해주는 '블라아요에서' 는 앤이 안전하지만 더 나아질 게 없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어서 숨을 쉴 수 있었다. 앤과 제임스가 떠나는 마지막 그 순간을 기억하자고 약속했던 것처럼 나 역시 그 장면을 기억하고 싶다. '칼와라에서' 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고 사고를 당하게 되는 어리석은 남자로 인하여 짧은 시간 고달펐던 여자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어리석은 데이트가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어 심히 답답했다. '뚱뚱한 데이트' 는 우스운 상황임에도 커다란 소리로 웃을 수 없게 한다. 그저 작은 미소로 그들을 바라보고 싶다. '어머니의 영향력'은 실로 현대판 '마녀'가 나오고 그 세계를 탈출한 십년 늦게 독립한 나이든 소년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기이한 이야기일 수 있는 '천국의 데이트'가 있다. 어쩌면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이한 이야기를 결코 기이하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한다.
그저 그래 그럴 수 있어. 그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계속 이어질 거야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어떠한 판단도 감정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전해주는 듯한 그의 글이 좋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놀랍고 극적인 일은 드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독특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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