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무법자 해적 -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과 진실
데이비드 코딩리 지음, 김혜영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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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은 해적의 출현부터 그들의 왕성한 활동을 했던 17~18세기의 유명했던 해적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들을 일망타진했던 해군들의 놀라운 경험담이 가득하다.

더구나 얼마 전 케이블 역사 다큐프로에서 '해적'의 많은 소설, 영화 속 허구에 가려진 진실된 모습을 방영한 적 있어 더 관심이 갔었다.

역사가들을 통해 그들의 진짜 모습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아쉽고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나역시 '해적'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고 보물섬과 피터 팬을 초등학교 때 읽으면서 얼마나 머나 먼 이국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대모험을 부러워했었는지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낭만적인 '해적' 들이 실상은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바다의 도적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싫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기록과 증언을 통해서 알려진 진실은 불쾌하고 소름이 돋았다.

포획한 배들의 선원들을 지독한 방법으로 고문하고 잔인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내가 꿈꾸었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측 불가능했던 기후에 따라 해적선 속에서 몇달을 버티기도 했고 그 와중에 식량이 떨어지고 폭풍과 추위에 떨면서 불결한 환경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해적들끼리 불화도 속출했고 사소한 이유만으로도 서로를 죽이는 사건까지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지나가는 상선을 포획하게 되면 그들은 온갖 물건들을 노략질하고 포로들을 심하게 다루며 술독에 빠져 살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었다. 애초에 그들에게 재산을 모아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노획한 물품들을 팔아 흥청망청쓰다가 다시 무일푼이 되어 해적선을 타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그들은 의리도 낭만도 기대하기는 힘든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적'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낭만을 찾고 사랑을 찾으며 의리를 찾는다. 그들의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해보지 못하는 모험을 대신 해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인 것이다. 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드넓은 바다를 누비며 모험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실로 감탄스럽고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한 대중의 심리를 알게 된 작가들에 의해 해적은 개성있는 외모와 멋진 모험담을 간직한 해적의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고 현대에 들어서는 영화로 화려한 외관을 갖추게 된 것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제임스 매튜 베리의 '피터 팬' 등을 통해 해적들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게 되었고 그외의 작가들과 감독들에 의해 해적의 실상인 잔혹함과 야만적인 고문,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축소되고 흥미진진한 모험담만이 부곽되어 알려지게 된 것이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캐러비안의 해적'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나면 해적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지도 모르나 그들의 모험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도 되지 않을까싶다. 책 속에 나온 여자 해적들의 모습도 흥미로웠고 실상보다 과장되어 전설이 되어버린 블랙비어드, 헨리 모건의 모험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웠다.

진실은 처참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그들의 모험담은 영원히 이어지는 팬터지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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