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으로 이루어진 책이 싼 가격에 내품에 들어왔을때 무한한 기쁨을 느꼈었다. 그리고 늘 사야지 사야지..카트에 채워놓기만한 책을
막상 품에 안고 보니,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듯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두권의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현재 나는 머리속이 멍하고, 스스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왕 앞에서 나는 보잘것 없는 시종에 지나지 않았다" 라는 문구에서..그리고 제목에서.. 뭔가 궁정에서의 생활들을
엿볼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처음 몇 페이지는 읽는 속도가 광속일정도로 꽤 많은 양을 나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점점 읽어갈수록 수도회, 순례자, 산티아고로 가는 길 등등... 점점 내가 알수없는 세계의 단어들을 접하면서
당황해야함은 어쩔수 없었다.
보통 13~14세기 쯤의 유럽책을 접하게 되면, 종교의 힘이 크기에 한번쯤은 신부와, 주교와, 순례에 관계된 글을
접하게 되는게 사실이다. 그런걸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나는 전혀 이책이 그런 것임을 예감하지 못했었다.
단지, 궁중생활에 대한 뭔가를 알수 있을거라는 고집스러운 상상만을 했었다.
소개글에서 움베르트에코의 "푸코의 추"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부분을 너무 자세히 보지않은 나의 허술함의 탓임을 어쩌리..
사실 그책을 너무 어렵게 읽은터에 소개글을 조금만 더 꼼꼼히 챙겼었더라면 이책을 접할때 어느정도 각오는 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에코의 책과 완전 비슷하다거나 하는 그런건 아니다.
라울신부라는 1인칭 시점으로 책속의 주인공은 글을 써내려 가고있었다.
처음 자신이 프랑스 신부자격으로 산티아고로 여행을 하게 되는 경위와 프랑스왕으로부터 스페인의 알폰소왕을 접견하고 알폰소왕이
내린 임무를 수행하라는 소식을 접한 신부는 길을 떠나게 된다.
산티아고로 향하면서 자신이 행할 임무가 왕의 절친한 친구인 로드리고의 살인사건을 수사해 그의 무죄를 증명하는것이라는걸 알게된
라울신부는 진실을 파헤치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순례자처럼 행동하며 사람들과 섞이고, 그 속에서 절친한 두친구를 만나게 되고
모든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살인사건에 대한 자세한 얘기와 점점 로드리고라는 젊은이가 무죄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재판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왕궁으로 들어가 알폰소 왕을 접견하면서 라울신부는 자신이 왕의 친구를 구해준 크나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국가간 그저 예의상 주고받는 사절가운데 한사람으로서 그다지 쓸모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저 보잘것 없는 말그대로 시종이었던 셈이며, 알폰소 왕의 손에 약간은 놀아난 느낌마져 가지게 되는것이다.
그러나, 그가 해결한 살인사건은 나름대로 칭송을 받을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 임무를 띠고 길을 떠나면서 살인사건에 관한 내용이 전개될즈음엔 뭔가 추리소설마냥 책을 손에 놓치 않게 만들것 같았다.
하지만, 1권을 끝낼무렵 너무 명백한 이야기이고, 범인이 누구인지 어느정도 감을 잡아버린 상태이기에 적당한 관심을 끄는
도구로 전략해 버렸다... 작가도 그부분을 눈치챈건지 마지막 재판부분에선 웬지 뭔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인상을 주는듯
허술하기 짝이없었다는 생각이든다. 마치 유치한 동화책을 접한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문제는 그 시절 상황을 전혀 감을 잡지 못한 나로서는 읽는 내내 낯모르는 단어들과 시대적 정치상황 그리고
종교적인 색채때문에 곤욕을 치뤄야했다.. 큰 테두리는 살인사건의 조사를 띠고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보다 더
앞선 것을 원하는듯한데 그부분을 찾아내지 못해 나 스스로 아쉬움이 드는책이다.
다시 한번 읽기에는 나에겐 버거운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문제는 미리 사놔버린 지름신 덕분에 결국 한번더 이작가를 대해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