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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 사진하는 임종진이 오래 묻어두었던 '나의 광석이 형 이야기'
임종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그를 추억하고자 하면 내가 왜, 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됐는지를 따져야하고 소소한 내 일상거리가 주저리 주저리 넘쳐흘러야 하며, 그 얘기를 안주삼아 2박 3일동안 내 삶의 궤적을 따라 그와 소주잔을 기울이듯이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김광석" 그 이름을 입에 올릴때마다 한 단어로 풀어내듯 모든게 완결하게 정리된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우연히 어릴적 흘러들었던 그의 목소리와 사촌오빠가 지니고있던 몇개 안되던 카세트 테이프들, 특히나 아직도 그때 본 표지가 너무도 선명한 "다시부르기"와 나와는 상관없는 울림들에 그의 목소리가 흐트러지고 울려퍼지는것이 아무것도 아닌양 보낸 세월이 더 많았기에 사실 그에 대해 말하고자 하면 부끄럽고, 떠들고자 하면 할말이 많을듯 하면서도 남들 보다 전혀 그에 대해 더 아는게 없는 다만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 젖어든지 몇년 안된 초년병 팬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광신도 마냥 나는 문득, 문득 그 목소리가 그리워서 그의 기타울림이 그리워서 씨디를 넣고 목청껏 따라부르기도 하고, 그의 작은 울림에 웃기도 하고, 그리고 가끔은 눈물흘리기도 한다.
군대라곤 근처에도 안 가본 내가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눈물을 흘렸고, 막 30대를 앞둔 시점의 심란함에 몸부림 칠때 "서른즈음에"를 수십번도 더 돌려 들어서 주위 사람들이 "서른에 세상에 종말이 오냐?"라는 핀잔을 주기까지 했었고, "사랑했지만"을 들으며 가슴 시린 아픔에 숨이 탁 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급기야 차 안에서 세명의 여인이 동시에 통곡을 해버리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노래속에서는 웬지 모르게 내 모든 인생들이 통틀어 있는듯하고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가 추억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지는거 같아서 문득, 문득 내 자신을 발견해야 할때, 그리고 뭔가 허허로움을 채우고자 할때는 그의 노래를 찾게 된다. 그러면서 늘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살아만 계셨으면, 정말 살아만 계셨다면, 그 목소리를 진정한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은데...그게 천추의 한이다."
그랬다. 그는 늘 나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이었고, 나의 추억을 건드려 주는 사람이었으며,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
비록 우리언니는 자신의 생을 직접 마감한 사람이라는 것때문에 너무 싫다고, 청승맞다고, 듣지말라고까지 하지만, 그건 청승과는 또다른 무엇이다.
그의 인생까지 알아서 어떻게 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난 그저 그의 목소리와 그의 기타소리와 하모니카 소리에 나 스스로를 위안하고, 위안받고자 할 뿐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그에 대한 애찬론을 벌이는 나에게 그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 나온다는 사실은 그 무엇을 제치고서라도 기쁜일이었다. 아무 것도 필요없이 일단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모습을 볼수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사진 한장한장 속에 스며들듯 미소짓고 있는 그사람, 그분...김광석
눈웃음이 너무 순수하고 따듯해서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절로 웃음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기타를 튕기는 모습과 노래하는 모습에서 마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기분을 동시에 느낌은 아직도 그가 이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듯한 전율이랄까..
공연속 사진들과 담배를 피우는 모습.. 그리고 허공을 응시하는 눈은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에게 다시 살아나온듯한 느낌을 주는듯하다.
"김광석교" 신자를 자처하는 사진작가 임종진씨의 짤막한 글들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의 모습들을 기억할수 있게 해준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어쩌면 그를 좋아하고 그의 목소리에 젖는 사람들은 이리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를 느낀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의 노래에서 들려오는 모든 감성들이 다양하지만 역시 또 같음이라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가 없어서 더 아쉬움이 크다기 보다 추억할 수 있는 노래들이 새로운 맛으로 와닿게 불러주는 그때 그때의 생생한 목소리가 아쉬워 우리는 그를 추억하고 그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똑같이 재생되어지는 씨디속의 목소리보다 그날 그때 그시간의 느낌대로 드러내지는 그 목소리를 들을수 없음이 아쉽고 안타까운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주는 느낌처럼, 사진첩의 그의 모습들도 웬지 위안과 안심과 웃음, 그리고 또다른 쓸쓸함이 전해온다. 두고 두고 아껴봐야 할 책이기에 너무 소중하다. 그의 모습 하나하나가 마치 내 추억인양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