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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영혼 최재형
이수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나의 무지는 늘 역사를 대할때마다 나타나지만, 특히나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하고 제법 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의 글을 대할때마다 더욱더 절실히 실감한다. 독립운동가라고 하면 흔히들 아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 안중근 의사, 유관순 누나(여자인 나도 왜 누나라고 불러야 하는건지 아리송하지만 입에 붙어버렸다.) 등등 솔직히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언제나 일제강점기때의 아픔을 곱씹고 울분을 터트리지만, 정작 나는 이름없이 저간 우리네 조상들,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죄스러움을 지니고 사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의미에서 "최재형"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나타나고 독립운동가라고 했을때 정말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이사람이기에 책으로까지 나올 정도인가. 그러나, '어째 우리나라에서는 그토록 한번도 주목받지 못했고 일반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 순간 그저 이름없는 독립운동가가 반짝 주목을 받는것이라고 느꼈었다. 여지없이 나타나는 나의 무지의 소치다.
약간의 두께를 자랑하는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나의 이런 무지를 서서히 깨우칠수 있었다. 함경도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아무것도 가진것 없던 그는 러시아로 건너가 러시아로 귀화하며 황제에게 훈장을 수여받을 정도로 대부호가 되는 동시에 모든 러시아인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 물론, 러시아로 이주한 같은 민족에게는 말할것도 없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
이토히로부미의 암살을 뒤에서 후원해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세상에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이렇게 그늘속에 숨겨진채 이름도 없이 잊혀져 가다니.. 게다가, 모든 독립운동에 원조를 해주며 급기야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시민들과 일어나서 직접 그들을 진두지휘하며 싸우기까지 한다. 모든 독립운동의 힘이 되어주는 그가 있기에 우리나라는 든든할수 있었고, 일본인들은 불안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러시아 혁명의 진압을 핑계로 "최재형"이라는 한 인물을 죽이기위해 몇개의 부대가 파견된다. 그만큼 일본에게는 휘협적인 존재였고, 우리민족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마치 이순신장군이 왜구를 물리칠때 작전의 승리로 적은 수의 배로 이겨냈듯이 최재형이라는 인물 역시도 일본의 많은 군대를 상대로 대단한 승리를 거뒀다. 러시아로 귀화한 상태라 드러내놓고 죽일수 없었던 일본인들은 그를 죽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그는 그야말로 그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일본에 의해 생을 다한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해내고서도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최재형"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일생에 대한 기대감이 깊이 있게 와 닿았다. 그리고, 급기야 검색을 해봤으나 역시 제대로된 자료는 그다지 없었다. 얼마전 방송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에서 언급된 그의 삶이 다라면 다 일까..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나마도 딸의 회고록을 통해 조금 알려진게 다라고 하니 여간 아쉬운게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위해 모든것을 던졌으나 독립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에 대한 감사마져 잊고 살아왔던 나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므로서 나라에 대해서도 한번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듯하다.
러시아 명칭이 생소해 책 읽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세한 설명이 가미된 각주가 있어서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다. 한사람의 인생을 생생하게 한눈으로 본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