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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모두들 한곳에 자리를 잡게되면, 더이상의 변화나 새로움을 싫어하게 된다. 관례에 없던 일이 일어나는 것도 싫어지고, 늘 하던 그대로의 일상을 받아들이는게 속도 편하고 일상으로서의 일신에도 편안함으로 그저 그렇게 시간들을 죽이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것이다. 특히나, 일반시민들의 눈에 짤릴 염려라고는 전혀없고, 편하게만 보이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더더욱 그렇게 보이는게 사실이다. 물론, 그들도 그들나름의 직장의 애환이 있고, 많은 업무가 있을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이나, 이미지들은 언제나 그렇게 비춰져 왔었다. 이름하여 "철밥통"이라고 하지 않은가. 나도 한때는 그런 일자리를 꿈꾸었지만, 머리의 한계로 공부를 고만뒀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처럼 직장을 구하기 힘든 시대엔 특히나 공무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엄청난 이상, 짧은 내 실력으로는 들어가기가 무리이라는 걸 일찍 자각했기 때문이다. 어째꺼나, 철밥통이라는 이미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일본에도 역시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그런건가 보다.
크게 하는일도 없는 케이치는 지방 공무원으로서, 그럭저럭 두 아이를 낳고 나이들어 가는 37살의 젊은이다. 그런 그에게 특명(?)이 하달된다. 시에서 공약으로 지어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놀이공원 일명 아테네마을을 되살리라는 것이다. 을씨년 스럽기만 한 그곳을 어떻게 되살려야할지 앞이 막막한데, 아테네마을 리뉴얼 추진실의 멤버들은 느긋하기만 하다. 거기다 그곳을 관장하는 윗선들은 변화를 싫어하는데다 관례에 없는 일들은 해서도 안되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못을 박는다. 게다가 자신들의 인맥이 동원된 거래처는 어디고 손을 대서는 안된다. 그런 그들속에서 케이치 자신도 어쩌면 그들과 비슷한 생각에 길들여져 공무원 생활을 하고 업무를 시작하고자 했지만, 일은 엉뚱하게 흘러간다. 자신이 골든위크데이의 이벤트 업무를 맡게 된것이다. 작년보다는 더 많은 인원을 끌어들여야 하는 조급함에 이리뛰고 저리뛰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는 이벤트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면서 이 이야기는 전개된다.
자신이 속했던 극단의 단장을 부르면서, 엉뚱한 사건들이 터지고, 새로운 건축을 하려고 하는데, 폭주족들이 연관되기도 하는등 자신이 원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일이 시작되지만, 케이치는 어느순간 아테네 마을을 살리기 위한 열정에 사로잡힌다.
과연, 아테네 마을은 살아날수 있을까? 그리고, 느긋함에만 사로잡힌 공무원들의 의식은 제대로 깨어날수 있을까? 게다가 케이치가 원하던 이벤트는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 질 것인가?
얘기를 읽어가는 동안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가는 것에 재밌기도 하고, 뭔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기도 했다. 케이치가 원하는 모습은 비록 아니지만, 자신만의 열정으로 시작하는 이벤트 속에는 웬지 모를 감동이 있다고 해야할까? 관료조직과 맞서는 게이치 자신도 그 조직의 한사람이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자각을 서서히 하게 되는듯 하다. 물론, 세상을 자신이 혼자 어떻게 한다고 해서 변화되는건 없다. 결국, 여기에서도 뭔가 큰 변화는 없어지고 씁쓸함 만이 남아버리지만, 그래도 그 속에 안주해 버릴수 만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케이치의 노력도 헛되이 아테네마을은 사라지지만 케이치의 노력만은 남아 우리의 가슴을 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