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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얼굴을 가진 여우 ㅣ 효리원 창작 그림 동화 5
윤수천 지음, 이수민 그림 / 효리원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가끔 생각하는데 여우는 늘 왜 뭔가 얍삽하고, 약삭빠르고, 음흉한(?) 동물로 동화책에 등장하는 걸까?
하긴, 뭐 약간 습성이랄까 그런것도 한몫 하겠지만, 생긴것 자체도 그렇고, 전래동화, 전설 막 이런거 보면 꼬리아홉개 달린 여우도 많이 나오니 그렇긴 한거 같긴한데....... 그래도 이 동화는 좀 특이하긴 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여기서 여우를 못됐다 어떻다 라고 말하진 않으니까.
좀 특이하고 재밌는 동화책이었다. 색다른 생각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여우가 본 얼굴을 두개 다섯개의 가면을 가지고 사는거다. 알랑방구를 뀔때는 막 살랑거리는 가면, 좋은 잔치같은 데 갈때는 웃는가면, 뭔가 강의같은 걸 할때면 점잖으면서도 품위있는 가면등등..... 매일매일 다섯개의 가면을 그날그날 일정에 따라 쓰고 나가는거다. 본래 얼굴은 약간 좀 험악하다고 할까? 무표정이라고 할까.... 그런 얼굴인데 말이다. 그래서, 여튼 그 가면 덕분에 여우는 너무나 인기가 많다. 하지만, 가면이 그리 오래 갈리가 있겠는가? 본디 자신의 모습이 아닌데......
술자리에서 신나게 술을 마시고 춤을 추다가 그냥 아이고야~ 가면이 벗겨져 버린것.
그리고, 본래의 얼굴이 나타나자 놀래서 본인이 줄행랑을 쳐 버린다. 그후, 아무도 그 숲에서 여우를 본 동물은 없다.
여우야, 여우야, 어디 간게냐?
뭐랄까. 여우의 모습에서 우리 인간의 적나라함을 드러낸 동화라고 할까?
자신의 본 얼굴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막 웃어야 하고, 즐거운 척 해야하고, 근엄한 척도 해야하고.......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여우를 통해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여우로선 정말 최선을 다한게 아닐까?
자신의 좋은 모습을 그리고 주위에 기분 좋은 분위기를 전해주기 위해 비록 가면일 뿐이지만 애쓰는 모습.
물론, 그게 진실이 아니었지만 여우의 가면은 주위 동물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지, 결코 기분 나쁘게 하진 않았다. 스스로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몰라도...... 그런 의미에서 나는 뭔가 여우가 짠하다. 이 이야기 속의 여우만은 말이다.
여우야, 네가 잘 못 한게 없는거 같은데...... 너의 본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해서 숨을 필요는 없었는데......
약간은 인상쓰는 너의 본 모습을 싫어하는 그리고 그런 얼굴을 멀리하는 다른 이들이 오히려 지탄받았어야 하는건 아니었을까?
뭐, 난 좀 그렇네. 그래도 여튼 이 동화책 맘에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