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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그렇다. 솔직히 이 책 초반부를 읽기 시작했을때는 '헐~ 유치뽕짝이네.' 라는 생각을 했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가벼울거라 생각은 했지만, 초반 스타트는 좀 내 스타일이 아닌 진짜 가벼운 소설이라 킬링타임용으로 그럭저럭 읽는 거라는 생각에 진도는 좀 나가지만 집중해서 진중히 읽을 생각이 없었다.
어찌보면 표지는 주근깨 많은 삐삐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주근깨 많은 외국여인들 얼굴 그닥 선호하지 않는데, 표지의 얘는 뭔가 매력돋네. 라는 생각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건 가벼운 로맨틱이여. 라는게 내 생각의 전부였고, 리뷰도 그냥저냥 평균정도겠구만 싶은 마음이 컷다.
쉽게 말해서, 이 책은 주인공이 죽은 이야기다. 죽어서 영혼이 되어 천국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러나, 너무 어린나이인 29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알렉산드라 이기에 약간의 통과의례가 있게 된다.
그건 이름하여 천국 7단계에 계속 남아있느냐 아니면 7단계 아래인 4단계나 3단계로 쭈루루룩 미끄러져 내려가느냐...하는...
완전 고급진 7단계 천국 생활에서 더 아래로 내려 앉을 생각을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
통과의례는 다름아닌 자신이 살았던 날들중 최고였던 열흘을 에세이식으로 적어내라는 미션.
와~ 여기까지 너무 웃기지 않은가?
초반내용도 유치뽕짝했지만, 천국에서 생활이 루이뷔통이나 마크제이콥스같은 최신상들이 차지하고 자기가 원하는 건 다 되고..기타등등 그러니 내가 이건 킬링타임용이라고 생각치 않을 수가 없었던 거다.
근데, 중반부터였던가? 알렉스가 자신의 최고의 날들중 네번째즈음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적어 낼 때쯤에 나는 뭔가 느낌이 왔다. 아, 이 책 그냥 쉽게 읽히는게 아니구나. 아니, 진도는 쉽게 쉽게 잘 나간다. 책장도 그야말로 슉슉이다. 문제는, 그냥 읽고 말 느낌의 책이 아닌거다.
뒷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어떻게 그녀가 살아왔는지 그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개척해 왔는지 그리고 어쩌다 교통사고로 죽게 됐는지 그게 더 궁금해서 책을 놓치 못하고 새벽 2시 넘어서까지 홀랑 읽어버렸다.
그리고, 뭔가 멍~하다.
분명 천방지축에다 돈으로 도배된 집안으로 엉망진창 왕진창으로 살아가던 소녀가 조금씩 조금씩 변화돼 가는 모습. 인생의 최고의 열흘중에도 꽤 많은 날들이 있을텐데 그 열흘을 차근차근 이야기 해 나가는 모습이 그녀가 분명 가공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실존인물처럼 다가오는 이 느낌은 뭐지?
정말 열심히 살았고, 이제서야 조금씩 자아를 찾아 자리를 잡아 가려던 차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녀의 모습에서 뭔가 멍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회의랄까 허무함이랄까...... 그러면서도 그녀가 마지막 최고의 날을 자신의 장례식을 꼽는 걸 보고 진짜 헉 했다.
뭔가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 인생들에 큰 메세지를 던지는 느낌.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내가 이루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 다음 정말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것인가 하는 느낌, 고민, 생각.
그리고 젤 중요한 건 나역시 내 삶을 위해 뭔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했느냐 하는 자각과 되묻기.
만약, 내가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을 적어야한다면 나는 어떤걸 적어야하지?
기본적인 태어남, 양육, 그리고 새로운 출발의 결혼, 출산 이런것들?
그래, 그렇긴 하겠다. 그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들이므로......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건 그런 중대한 일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았을까?
이 책이 로맨틱 코미디라고? 정녕, 그렇게 결론내릴 수 있을까?
나는 너무 깊은 생각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였는데..... 가슴이 멍하고 먹먹해서 쉽게 책장을 덮기엔 뭔가 아쉬움도 남았었는데.......
로맨틱이라는, 코미디라는 장르로 한정하기엔 이 책은 너무 생각거리도 많고,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만든다.
한번쯤은 이런 방식으로나마 내 삶을 되새겨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인생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특히나 어려운 이야기들보다 이런 가벼운 책장으로 무거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말해 뭣하리.
어쨌거나 이 책 한권 읽고 하루종일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