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참 특이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 것도 1960년대에 말이다.

짧은 단편 7편정도의 글을 읽으면서 피터빅셀에 대해 대단하다는 감탄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구 마구 쏟아내는 그는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다른 누군가 생각하지 못한 글들을 조근조근 이야기로 풀어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상의 기준으로 보자면 일상적인 이야기와 이 처럼 <책상은 책상이다.>와 같은 특이한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이처럼 새로운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지인이 이 책을 추천했을때만 해도 이 얇은 책에 뭐 그리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거라고...라며 속으로 중얼거렸던 것 같다. 그런데, 오~ 이런 이런, 아니다. 너무 얇고 짧은 이야기인데도 너무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담겨있어서 처음 어떤 단편에선 킥킥 웃기도 하고 어떤 단편에선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또 어떤 단편에선 머리가 아파서 이해하려고 앞으로 다시 책장을 넘겨봐야 했다.

7편의 단편 모두가 특이하고 새롭다.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들이라고 할까? 물론, 그 깊음에는 소통의 부재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 책의 제목 <책상은 책상이다.>의 단편은 사물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결심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침대를 사진이라고 하고, 책상을 양탄자라고 하던가? 아니, 의자를 양탄자로 바꿔 불렀던가? 암튼 모든 것들의 이름을 자신의 기준으로 바꿔 부른다. 자, 그럼 이 남자는 어찌 되었을까? 그렇다.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서 그는 도통 그들의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진이라고 부르는 걸 사람들은 침대라고 하고 자신이 양탄자라고 하는 걸 의자라고 부르는 지경이니 모든 단어를 바꿔 부르게 된 이 남자는 다른이들과 불통이 돼 버린거다. 즉, 고립의 길로 들어선 그.

그래서, 더이상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누지 않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무것도 더 알고 싶지 않았던 남자>나 <발명가> 같은 단편 모두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야기 하고 있다. 1960년대에 이미 그는 우리들의 소통 부재를 예견한 걸까? 떠들고는 있지만 서로 자신의 말만 자신의 생각들만 말하고 서로 들으려 하지 않으며 교류를 하지 않는 시대.

물론, 너무 극단적으로 가버린 주인공들이 많다. 실제 우리들이 현실에서 부딪힌다면 세상을 등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자신만의 세계속에 빠져 소통을 거부하는 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소통하지만 이 마져도 우리는 컴퓨터에 대고 떠드는 게 아니겠는가. 뭐, 여러 이웃들이가 온라인상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지만 실제 우리들의 만남속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그리 많치 않다.

피터빅셀은 이미 이런 시대의 고립된 사람들을 예견했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인 것일까? 어느쪽이래도 그가 상상하는 글은 참 새롭다. 그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어떤 면에선 위트 있게, 어떤 면에선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아, 그저 그의 글 솜씨에 놀랄따름이다. 이런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기만 할 뿐이다.

그래, 책상은 책상이지, 사진이나, 거울이나 그림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했으니까. 그 약속을 깨트린다면 결국 이 세상의 혼란스러움은 어찌 할 것인가? 그래, 왜 우리가 꼭 책상을 책상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미까진 생각못하더라도 세상의 약속은 지켜야지. 소통을 위해서, 그리고 세계의 질서를 위해서. ^^ 고립된 그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또 안타깝기도 한 짧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단편이었다. <책상은 역시 책상이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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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hire 2015-02-0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 예술대학 입시 준비생들의 필독서이기도 했습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빨강앙마 2015-02-05 08:53   좋아요 0 | URL
오.. 사실 생각과 시선이 특이하긴 했어요..근데 저랑은 좀 안 맞는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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