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무척이나 익살맞다. 개구쟁이 같은 개가 씨익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모습, 게다가 두발로 걷는다지 않는가. 사실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프로를 보면 간혹 두발로 걷는 개들이 나오곤 한다. 그런 개들을 보면서 흥미롭다기 보단 어쩐지 힘들어보이고 불쌍해 보이는 느낌이 들긴한다. 편한 내발을 두고 두발로 걷는 그네들의 고통이 보이는거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책에서의 두발로 걷는 개는 웬지 그런 느낌보다는 익살맞은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표정도 그렇치 않은가 말이다. 대충 내용을 유추하면서 익살맞은 녀석이 뭔가 꾸미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내 예상이 여지없이 깨진것은 첫장을 펼치면서부터다. 예상과는 달리 예전 시대극의 형태를 풍기는 그림은 권선징악을 필두로 한 그야말로 제2의 흥부와 놀부를 출연시키고 있었다. 착하디 착한 동생과 욕심쟁이 형. 아무것도 없이 내쫓긴 동생은 밭을 갈긴 하지만 뿌릴 씨앗이 없었다. 그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른 두발로 걷는개가 앞발로는 씨앗을 뿌리고 뒷발로는 흙을 덮는게 아닌가. 지나가던 비단장수들이 동생의 그 말을 듣자 거짓이라 비웃었으나 자신이 먹을 음식마져 배불리 개에게 먹게한 동생은 사실이라며 개가 하는 모양을 보여줬다. 그런 개는 있을수없다고 비단을 걸고 내기를 걸었던 비단장수들은 모든 비단을 동생에게 줘야만했다. 그런데, 사실 말이지 비단을 갖고 내기를 건 그들도 잘못이지만 그걸 받는 동생도 딱히 착한건 아니지 않나?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해 본다. 어쨌거나 그 소식을 들은 욕심쟁이 형은 개를 끌고 가버린다. 그리고 열심히 일만시키고 먹을걸 주지 않으니 동생과 같은 상황이 닥쳤을때 비단장수들에게 비단을 얻기는 커녕 황소까지 뺏기고 만다. 배불리 먹지 못했으니 개가 두발로 걷지 못하고 네발로 걷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하고 개만 탓하던 못된형은 결국 개를 죽여버린다. 그 소식을 들은 동생은 개를 양지바른곳에 묻어주자 그 곳에서 맛난 배가 나와 부자고 되고 그 형은 또 욕심을 부리다 죽게된다는 그런 내용. 적고보니, 아예 책 내용을 다 적어버린거 아닌가 하는 미안함 내지는 안타까움이 든다. 책 내용이 간단해서 안타까움이 들고, 내용을 다 밝혀버리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30쪽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므로 어쩔수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좀 더 색다른 창작을 기대했던 것에 비해 내용은 너무도 뻔해서 아쉬움이 든다. 창작이 아닌 예전의 답습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도 점수를 후하게 주는건 두발로 걷는 개라는 것과 그림체가 무척이나 익살맞으면서도 재미났기 때문이다. 내용이 권선징악을 이루는 건 좋치만 거의 흥부와 놀부를 짜깁기 한 느낌은 좀 그렇다. 좀더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이 있었으면 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권선징악이 물론 중요하지만 색다름의 동화책, 창작과 관련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선징악이야 얼마든 다른 표현으로 나타낼수 있지 않은가. 차라리 흥부와 놀부 이야기라고 했으면 옛날 이야기로 생각하고 받아들였을 텐데 웬지 제목에서만 낚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용이 엉성하거나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단지 창작성에서 아쉬움이 든다는 말이다. 제 2의 흥부와 놀부 내용이라고 보면 별 무리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