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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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김영하의 소설집 제목이기도 한데 『고령화 가족』을 읽으면서 내내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 가 떠오르긴 했다. 줄거리가 생각나진 않지만 아마도 가족이라는 것과 조금은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두 소설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튼, 오빠가 돌아왔다! 『고래』로 소설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을 사로잡아 버리고 이제나 저제나 『고래』와 같은 소설이 나올까나 기다리던 독자 앞으로!!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지극히 평범한 구성이다. 엄마와 두 아들 그리고 딸과 외손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로 평범하진 않다. 이들 가족의 평균 나이가 49세라는 점에서. 그렇다면, 다들 나이가 많다는 이야기? 그렇다. 이들은 지극히 평범해보이지만 사실은 다들 분가를 했다가 엄마 집으로 다시 되돌아온 탕아(!)들이다. 전과 5범에 변태성욕자, 백이십 킬로그램의 거구이며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어대는 큰아들 오한모(52세), 영화로 재산 탕진하고 말아먹은 후 노숙자 신세가 될 뻔하다가 얼굴 철판깔고 엄마 집으로 들어 온 이 집안의 유일한 인텔리(!) 둘째 아들 오인모(48세), 두 번의 결혼을 자신의 바람으로 실패하고 딸과 함께 엄마 집으로 들어온 딸 오미연. 나이 사십이 다 넘은 중년의 자식들이 엄마에게 얹혀(!) 살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이들의 행태를 보자면 가관이다. 정말 이런 가족이 존재하는 걸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하긴 소설이니 이해를 했다. 그럼에도 이런, 빌어먹을 가족이 다 있나! 라는 소리가 다 나온다. 오함마의 팬티 사건:으악!, 오인모의 조카 용돈 삥(!)뜯는 방법:미쳐!, 오미연의 '아는 언니' 타령:켁!, 조카인 장민경의 사춘기 발악:! 까지 누구 하나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 가족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애증의 존재들이다. 단 한 사람, 엄마만 빼고 말이다. 

엄마, 엄마의 힘은 그 아무리 콩가루 집안이라고 해도 대단하다. 칠순이 넘은 노파지만 돌아온 자식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싫은 소리조차 하지 않으며 거둬 먹인다. 마치 그 일이 엄마의 일생일대의 큰일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위대하다고! 다 늙은 자식들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기 위한 엄마의 사랑, 그 늙은 것들이 뭐가 좋다고 엄마는 거둬 먹이는 것에 행복을 느낄까? 정말 가슴 뭉클. 

하지만!!! 

이 정신 없는 가족들의 삶을 파헤쳐보니(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고 말았지만) 지금의 상황보다 더 웃긴다. 이.럴.수.가!!! 

돌아온 오빠, 천명관 작가는 우리가 사랑의 보금자리라고 일컫는 가족을 상대로 천명관 작가 만의 개성 넘치는 문체를 선보이며 독자를 웃게 만든다. 전작인『고래』에서 보여주었던 독자를 사로잡는 문체는 『고령화 가족』에서도 어김없이 발휘하여 책을 잡는 순간, 덮을 때까지 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찌 보면 콩가루 집안에 찌질한 가족들이지만 미운 정 고운 정 다 준 그들 가족들도 알고 보면 '진짜 가족'이라는 점.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 천명관 작가는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세상사 우울하다면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천명관 작가의 새 가족들을 만나보시는 것은 어떨지. 세상엔 이런 삶들도 있으니 힘이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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