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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몇 주째 내려가지 않고 내 눈에 띈 책이 있었다. <덕혜옹주>, 잘 모르는 작가에 수 많은 리뷰들을 볼 때마다 의심(!)을 사게 했고 올라오는 리뷰들은 호평 일색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괜히 의심부터 한다. 뭐야, 이 책 이거! 물론 이름 없는 작가를 무시해서도 아니고 리뷰가 많이 붙고 호평 일색이라고 무조건 의심부터 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럼, 뭐?
우연히 이 책이 내게 왔고 마침내 이 책을 읽었다. 사실은 책을 읽으면서 올라온 리뷰들을 보며 이 책이 왜 인기가 좋은지 어느 정도 눈치는 챘다. 과연 읽어보니 알 만하다. 일단 문체가 쉽다. 휘리릭~ 읽힌다. 스토리 역시 그다지 꼬이는 것 없이 수긍이 간다.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논픽션이다. 인물에 대한 성격이나 기타 세세한 것에는 허구가 존재하지만 사실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는 것과 또한 불운하게 살았던 점이다. 충분히 눈물샘이 자극하고 왠지(!) 분노마저 솟는다. 더구나 덕혜옹주에 관한 책은 딱 한 권만 나와 있었으며(그것도 일본 번역소설!) 덕혜옹주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굳이 따지자면 '문학'이라는 기준에서는 뭔가 많이 모자란다고 하고 싶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학'만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만 보자면 누구나 다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또 그저 그런 연애나 다룬 역사 소설이었다면 그다지 인기가 없었을 텐데 이 책은 불운한 황실의 실존 인물을 다룬 역사이기에 공감마저 하는 것 같다.
가끔 소설이란 분야를 두고, 읽기 쉬운 소설이 좋은 소설일까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면서도 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 좋은 소설일까 고민하게 된다. 모든 것은 독자의 취향이다 라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문학적이면서 읽기 쉬운 소설이 제일 좋은 소설이긴 하겠지만 어디 그런 소설이 쉬이 나오는가.
아무튼, 마침 삼일절을 맞아 <덕혜옹주>를 다 읽었는데 대중에게 '덕혜옹주'의 존재를 알려주었다는 점에선 참 고마운 소설이나, '문학'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좀 더 '문학'적으로 스토리를 구성해서 책을 덮은 후에도 뭔가 여운이 남아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 그런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