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연재를 끝으로 소설 연재는 가급적이면 안 읽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고 해도 매일 들어가서 연재를 읽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또 처음엔 열심히 읽어주다가 중간쯤엔 시들해지고 마는 경우가 많아 괜히 작가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한데《꽃의 나라》(연재명: 남쪽역으로 가다), 한창훈 작가의 연재를 어쩌다 읽게 되었고, 읽다 보니 빠지게 되고, 빠지다 보니 하루의 마지막이 연재를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그렇다고 매일 어찌 지극정성으로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었을까, 그건 컴퓨터가 옆에 없어도 스마트폰이라는 너무나 '좋은' 기기 덕분이며, 매일 빠지지 않고 같이 수다를 나누며 연재를 '즐긴' 열혈독자들 때문이었을거다. 그 연재 소설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다. 마치, 내가 쓴 책 마냥 반가운 것은, 그런 까닭.
《꽃의 나라》는 그동안 한창훈 작가가 보여준 소설들과 다르다. 바다가 없다. 섬도 없고, 생선도 나오지 않는다. 항구의 도시가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그러니까 이번 소설은 그동안의 작품들과 좀 다르다는 것.
한창훈 작가의 문체를 안다면 재미있을 테고 또 내용의 깊이를 안다면 마음도 아플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소설 속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술'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이미 읽어본 누군가는 그랬다. 새벽 5시에 술 친구를 찾았다나;). 그러고 보니 한창훈 작가의 책은 늘 그렇다. 작년에 나온《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로 횟집에 달려가게 만들더니 이번엔 우리를 술집으로 인도하신다.
또 우리가 그동안 그때, 그 곳을 어떻게 잊고 지낼 수 있었는지 부끄러워질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는지 죄책감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소년의 마음, 그 깊은 상처가 부디 이 책으로 조금은 치유가 되었음 바라게 된다.
이 연재를 먼저 읽었기에 뒤에 나온 《사라의 열쇠》을 읽으면서 우리가 모르거나 잊고 있는 과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 그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상처에 대해... 《꽃의 나라》와 함께 《사라의 열쇠》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