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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마을의 초승달 빵집 ㅣ 한림 고학년문고 4
모이치 구미코 지음, 김나은 옮김, 나카무라 에쓰코 그림 / 한림출판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빵을 좋아하는 취향 덕분인지 자신의 가게를 갖고 싶은 소망을 가진 빵집 아가씨의 이야기가 담긴 이 동화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달콤하고, 어떤 이야기는 고소하고, 정적이 내려 앉고 속도 살포시 꺼진 밤에 읽었던 지라 내내 입안에 군침이 돌고 꿀맛 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녹아 내렸다. ^^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아이는 말하는 동물, 요정, 둔갑술을 쓴 여우 등이 나와서 재미있다고 하였는데 이처럼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들과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빵 이야기가 동심을 사로잡는다.
제빵사인 구루미는 가게를 차릴 여건이 안되어 농가의 부엌에서 빵을 구워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빵집을 하는데, 이름도 참 예쁜 '초승달 빵집'이다. 손님이 없어 "누구라도 좋으니 빵을 주문하러 왔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지나가던 산들바람이 산 쪽으로 전해준 후 주문이 들어온다. 빵을 만들 때 음악을 틀어달라는 편지와 함께 문 앞에 놓인 축음기와 작은 단지. 자연의 소리가 실린 레코드를 틀어가며 만든 빵을 가지러 온 손님은 놀랍게도 커다란 곰이다! 어린 잎의 향기를 풍기는 민들레꿀을 넣은 빵은 겨울잠을 자러 가는 곰에게는 봄 햇살 같이 아주 근사한 기분을 안겨주리라~.
이 달콤한 빵 내음이 마을에 퍼진 덕분인지 빵 주문이 늘기 시작한다. 그 후 구루미는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는 여우네 집에 가서 나무열매 향기가 나는 도토리 빵을 먹어보기도 하고, 호숫가에 있는 호텔에 초승달 빵을 배달하러 가기도 한다. 초승달 빵은 겨울에 별을 닦는 북풍 총각도 반해서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버릴 정도로 맛난 빵이다. 고양이가 좋아할 멸치와 가다랑어포를 넣은 팥빵도 만드는 등 비록 돈이 되는 일들은 아니지만 구루미는 주문을 받을 때면 늘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든다. 구루미가 만들진 않았지만 꽃눈을 되찾는 마법의 빵의 효능은 놀랍기만 하다. 꽃눈을 따먹어버린 새들이 그 빵을 먹고 휘휘~ 우니 가지마다 꽃이 피지 뭔가~.
나도 구루미양에게 주문하고 싶은 빵이 있다. 예전에 엄마가 종종 사다 주신 건포도를 넣은 촉촉한 옥수수 식빵... 아, 갓 구운 빵은 얼마나 고소한 향기를 풍길까! 오븐에서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썰지 않고 구운 모양 그대로의 빵을 야금야금 뜯어먹는 그 맛이라니~~. 이 책을 보고 나서 아이들과 가장 좋아하는 빵은 어떤 종류인지, 어떤 빵을 먹어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오븐이 있다면 함께 빵을 만들어 봐도 좋겠고) 언젠가 역 앞에 자신의 가게를 하나 내서 좀 더 많은 손님들에게 주고 싶은 구루미의 간절한 소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릴 때 내가 미래의 직업으로 꿈 꾸었던-현실과 이상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두 가지가 서점 주인과 빵집 주인이었다. 좋아하는 책을 실컷 보거나 맛있는 빵들을 실컷 먹을 수 있을 거란 단순한 생각 아래 가졌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제빵사까지 되지는 않아도 나나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빵 정도는 집에서 구워 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다만 반죽할 일이 좀 걱정.) 나나 아이들은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하는데 안타깝지만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사랑 받을만한 식습관은 아니다. -.-;
* 분류에 고학년(5,6학년)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3,4학년 정도가 적당할 듯 하며, 작은 아이도 재미있게 읽는 걸로 봐선 2학년도 대상이 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