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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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한 소년의 가상의 만남을 통해 한글의 편리함과 우수성을 일깨워주는 창작동화. 이 작품은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후 눈병을 치유하기 위해 충북 청원군에 있는 초정 약수터로 요양을 다녀온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시집간 딸에게 한글을 시험해보았다는 일화에서 실마리를 얻어 이 작품을 쓰게 된 저자는 이야기 속에 한글 창제의 취지와 우수성, 편리함 등을 적절하게 잘 녹여 놓고 있다. 특히 장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편지를 15세기 한글표기로 적어 놓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 글 아래쪽에 현대적인 문장으로 해석한 글이 첨부되어 있어 둘을 대조해 보게 되는데 마치 암호를 푸는 듯한 재미가 있다.

  어머니를 여의고 석수 일을 하던 아버지마저 사고를 당하신 후 열두 살의 장운은 남의 집에 나무를 해다 주고 끼니를 때울 양식을 조금씩 받는 것으로 생활해 나간다. 어느 날 나무도 하고 약수도 뜨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토끼를 잡기 위해 산 너머까지 쫓아가게 된 장운은 그 곳에서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정자에서 쉬고 있던 한 선비의 눈에 띄게 된다. 토끼 눈처럼 눈이 빨개진 이 할아버지에게 약수를 떠다 드리고 쌀을 얻게 되어 신이 난 장운에게 할아버지는 '글자'란 것을 가르쳐 주신다. 장운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지만 바로 이 할아버지가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다. 

  학창 시절에 한글 창제 과정과 그 우수성에 대해서 배우지만 일상에서 늘 사용하고 있는 있다 보니 우리 자신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귄위있는 영국 옥스퍼드 언어학 대학에서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한글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된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소식을 접할 때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뿌듯해진다! -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0%에 가까운 것도 한글이 누구나 배우기 쉽다는 장점을 지닌 덕분이며 한글이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고 하니 자부심을 가질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익히기가 어려워 양반들이나 쓰던 진서(한자)에 비해 배우기 어렵지 않고, 무슨 말이든 다 쓸 수 있는 글자를 배우는 맛에 매료된 장운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라는 할아버지의 당부 말씀을 조금씩 지켜나간다.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함께 글자를 익힌 누이 덕이를 비롯하여 장운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 새로운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약재영감에게 돌아가신 어머니 약값을 갚지 못해 누이가 멀리 떨어진 곳에 종살이를 하러 간 후에 서로의 안부를 편지로 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글자를 배운 덕분이다.

  장운은 점밭 아저씨 밑에서 석수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자 자신이 배운 것을 기록하고,  친구인 약초집 손녀 난이도 글자를 배워 자신이 익힌 약초를 다루는 요령이나 효능을 한글로 기록하고자 한다.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한글의 우수성 외에도 장운이 친구인 난이, 오복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문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양반, 중인, 천민(종) 등 신분의 차별이 존재하던 시대에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도 녹아 있다. 누이를 종살이하러 보낸 약재영감 외에 장운과 갈등관계에 있는 인물로, 함께 석수 일을 배우는 '상수'란 인물이 등장한다. 이 둘은 장운이 글자를 익히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두고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며 비웃는다. 특히 늘 장운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노비 출신이라고 낮추어 보는 상수와의 껄끄러운 관계는 나중에 장운에게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세종대왕이 많은 연구와 고민 끝에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지만 반포 초기에 한자를 중시하는 신하나 유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작품에서도 산에서 장운에게 보인 근심으로 가득 찬 모습을 통해 한글을 반포하여 널리 사용하게 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많은 탓에 심적인 고충을 겪은 세종대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학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한글은 컴퓨터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을 사용하는 디지털정보화 시대에도 별 불편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언어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수하고 위대한 문자인 한글에 관심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라며, 한글을 더욱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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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2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을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야 겠다는 생각과 한글날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함께 드네요.

프레이야 2006-10-2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영엄마님!! 이 책 벌써 읽고 리뷰 쓰셨네요. 이 책의 작가는 우리 지역 도서관 내에 있는 점자도서관에서 일하는 선생님의 친언니더군요. 당선되었다는 말을 전에 그분께 듣고 무척 반가웠었거든요. 아주 흥미로운 동화 같아요. 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