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곤충 소년 1 ㅣ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신마비라는 커다란 장애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관찰력과 천부적인 두뇌로 각종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학자가 등장하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전작 두 편의 활동 배경이 뉴욕이었던 것과 달리 <곤충 소년>은 늪지대가 광범위하게 펼쳐진 미국 남부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링컨 라임은 모종의 수술을 위해 이 소도시를 방문한다. 평생을 전신마비 환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절망적인 일이다. 실패할 확률이 크고 지금보다 더 상태가 나빠질지도 모르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 라임은 굳은 결심을 하고 간병인 톰과 색스를 대동하여 노스캐롤라이나의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상담 중간에 한 보안관이 찾아와 마을에 살인 및 납치 사건이 발생하였다며 라임에게 도움을 청한다. 특출 난 인재는 어딜 가든 유명세를 치르게 마련인가 보다. 사실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군지도 알고, 어디 사는지도 아는 상태... 범인으로 지목된-‘곤충 소년'이라 불리는- 개릿 핸런은 이 외에도 의문스러운 몇 건의 죽음에 연관된, 문제아로 알려진 십대 소년이다. 다만 성적인 동기에 의한 납치 사건의 경우 대게 24시간 내에 찾지 않으면 생존할 확률이 없기에 되도록 빨리 납치된 여자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청하는 것이다. 현재 소년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또 다른 여인을 납치하여 도주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읽을 때 1권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남은 쪽 수를 보며 이 작가가 2권은 어떻게 끌고 가려고 이러는 거야??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온전히 나만의 기우였던 것! <곤충 소년>의 책띠지에 "감히 반전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즐겨라" 라는 문구가 있는데 과연 이 작품은 독자가 생각하는 바를 몇 차례나 뒤집어 버리는 반전을 제공한다. 저자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열심히 추측하고 추리해보려는 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치 전을 이쪽저쪽으로 뒤집듯 이야기를 계속 뒤집는다. 그렇게 독자들을 반전의 폭풍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막바지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작품.
라임은 색스의 압력(?)으로 사건을 맡기로 하지만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지금까지 링컨이 활동해 오던 영역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미세한 모래 한 톨에서도 실마리를 찾아내는 라임이지만 증거를 분석할 첨단 장비도 없고, 이 마을의 토양이나 환경 등 지역적인 특성에 대한 지식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물을 떠난 물고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긴 해도 급히 공수한 부실한 장비와 어설픈(?) 인력의 도움으로 증거를 분석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자료를 구하는 등 추적의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곤충소년 또한 매우 용의주도하여 범인보다 한 발 앞선다고 자부하는 라임마저도 속아 넘어간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인물은 단연 곤충 소년이다. 어린 아이일지라도 특정 분야-공룡, 자동차 등-에 탐닉하다 보면 때로는 어른보다 더 많은 지식을 지니게 된다. 곤충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가진 개릿은 자신이 가진 강점, 즉 곤충의 습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수사의 방향을 교란시키고, 자신을 뒤쫓는 경찰들을 경계한다. 이 책에도 몇 가지가 언급되지만 곤충의 위기 대처 능력이나 위장술, 독특한 습성 등은 알면 알수록 더욱 감탄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곤충의 특성을 연구하여 실생활에 응용한 예도 많이 있다.
라임과 색스의 갈등이 커지는 점도 극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라임은 증거원칙주의로 현장에서 찾아낸 물건에서 찾아 낸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것과 달리 색스는 상대의 말, 표정, 눈빛 등에 증거물 이상의 것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건 해결에 임한다. 그런 터라 이 둘의 충돌은 불가피한데 현상금을 노린 사람들까지 추격전에 가세하여 더욱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전작에서 라임과 색스간에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 애정이 갈등을 겪으며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모습이 독자들의 마음을 태운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제프리 디버, 그리고 링컨 라임시리즈는 깊은 늪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