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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을 갖고 싶어 ㅣ 그림책 보물창고 11
바르브로 린드그렌 지음, 에바 에릭손 그림, 최선경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엄마, 강아지 기르고 싶어요!"
"우리 물고기 키우면 안돼요?"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은 마음... 아이들의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나 역시 어릴 때 그러했고 지금도 여건만 된다면 강아지도 키우고 싶고, 고양이, 새, 물고기, 다람쥐, 거북 등등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키워본 모든 애완동물을 우리 아이들도 키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부모가 되고 보니 애완동물을 키울만한 여건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나중에 무책임한 행동-키우다 다른 곳에 보내는-을 하게 되는지라 아이들의 소망을 그저 "다음에..." 라는 말로 다독거리고만 있다. 이 책을 보여주면 보나마나 아이들이 "엄마 나도 애완동물 키우고 싶어요!!'라고 외칠 텐데 어떻게 하나...살짝 고민을 했다. 하지만 부모에게 부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애완동물을 구하러 다니는 율리아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오지 싶어 책을 보여주었더니 역시나, 아이들은 이 책이 참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그림책은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홍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져 하늘거리는 치맛단이 하늘로 활짝 날아오르는 듯이 펼쳐진 화사한 무용복을 입은 율리아는 집에서 장난감 유모차를 밀고 나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열심히 돌아다닌다. 자기가 밀고 다니는 유모차에 태워 잠도 재울 수 있는 애완동물이 갖고 싶은 율리아. 매일 아침"오늘은 예쁘고 귀여운 동물을 가질수 있나요?" 하고 물어봐도 엄마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늘 아직은 안된다는 말뿐이지라 율리아는 직접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유모차를 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율리아를 보니 가끔 여자아이들이 장난감 유모차에 인형을 눕혀 놓고 밀고 다니기도 하고 인형을 안고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왜 저런 놀이를 좋아할까 궁금해 하곤 했는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엄마 역할을 흉내내보고 싶어서 하는 놀이 같기도 하고, 그 이면에는 그 자신이 아직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이긴 하지 만 자기도 누군가를 돌봐줄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애완동물은 친구처럼 어울려 놀 수도 있고, 자기가 밥도 챙겨주고 산책도 시켜주는 등의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더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것일까? 율리아는 말도 고슴도치도 좋고, 쥐나 개구리까지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렁이처럼 싫은 동물도 있지만....
율리아는 까마귀를 잡으려다 실패하고, 길에서 개줄로 벽에 묶여 있던 강아지를 발견해 유모차에 태우고 가려다 주인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아까 길에서 만난 증기 기관차 흉내를 내던 꼬마를 태워서 달려보기도 하지만 별 재미가 없다. 그러다 바닥에서 발견한 딱정벌레를 유모차에 태워 이불도 덮어주고, 나중에 죽으면 묻어줄 생각까지 하는 율리아를 보면 아직은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마침내 율리아가 애완동물을 갖게 되는 결말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단 한 줄로 압축하여 들려준다. 요즘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방식의 책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 문장 안에 생략된 뒷이야기도 궁금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실린 짧은 문장 하나가 오히려 함께 책을 본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책장을 덮으며 여덟 살의 율리아에게 찾아온 행복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언제쯤 찾아올까, 언제쯤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