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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3
이슈트반 바녀이 지음 / 내인생의책 / 2006년 3월
평점 :
언젠가부터 새로운 그림책을 처음 볼 때 표지부터 찬찬히 살피는 일부터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의 경우 겉표지의 그림부터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예고하듯 양 쪽의 그림이 다른 점-겉표지 앞쪽이 사내 아이가 검은 장막을 들춰보는 장면이라면, 뒤쪽은 장막 이쪽 편에 있는 개를 끌어당기고 있는 사내아이의 얼굴이 보이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안 쪽으로 접힌 겉표지 날개의 앞, 뒤 그림도 조금씩 다른데, 작가 소개글이 실린 뒷날개에 작가의 얼굴이 아니라 뒤통수 그림이 실려 있어 색다르게 여겨졌다. 그런데 혹시나 싶어 날개를 넘겨봤더니 반대쪽에 얼굴 캐리어처 그림과 신문사 리뷰가 실려 있지 뭔가~. 그리고 겉표지를 벗겨 보니 하드커버 표지의 그림과도 다른지라 '이 책, 표지부터가 상상 이상~인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첫 장을 넘기면 왼쪽에 종이접기 책처럼 종이비행기 접기 순서를 그린 그림이 실려 있고, 오른쪽에는 한 여자 아이가 창문을 통해 공중에 뜬 종이비행기를 보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아무 글자도 없는 책, 어떻게 하나...,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겠지 싶어 그냥 책장을 넘겨서 다음 장을 보면 될까? 이 책은 단순히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고 넘어가는 그림책이 아니다. 그림을 보면서 "저 종이비행기는 어디서 날아온 걸까? 누가 날린 걸까? 다음 장에 어떻게 달라진 그림이 나올까?" 같은 사소하다싶은 의문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보라. 책에 실린 각 장면에 다음 장면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으로, 바로 그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가 이 책의 흥미로움을 증가시킨다. 가령 비행기 안의 승객이 들고 있는 잡지의 해변 그림이 다음장의 배경이 되고, 한 쪽 해변에서 준비중인 미사일이 다음 장면에서는 다른 쪽 해변으로 떨어지고 있다.
혹시 '내가 어떤 대상이나 사람을 바라 볼 때 내 시선을 받는 쪽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이 책에서 시각 주체의 위치에 따라 무엇이 보이는지를 볼 수 있으며,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번엔 어떤 일이 벌어졌고 , 어떤 장면을 볼 수 있을지를 열심히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게 만들며,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후반부의 한 장면을 통해 독자를 한 번 더 그림책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앞 장면에서 나왔던 것들-자전거, 곰인형, 공, 오리발 등등-이 그 한 장의 그림 속에 있는 것을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어? 정말?" 하고 놀라며 앞 쪽으로 책장을 넘겨가면서 그림을 다시 살펴보고 비교해 보게 된다. 바로 그 점이 <상상 이상>인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 부분이 별점을 넷에서 다섯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