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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 ㅣ 그림책 보물창고 8
게리 D. 슈미트 지음, 이현숙 옮김, 빌 판스워스 그림, 나다니엘 호손 원작 / 보물창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 그림책으로 나왔다. 책 표지 뒤에 이금이씨의 소개글을 보면 이 작품이 45년 동안 교과서에 실렸다고 하는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목은 알겠는데 내용은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던 터라 책을 보면서 '큰 바위 얼굴이 이런 내용이구나' 하였다. ^^; '무표정한 듯 하면서도 넉넉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형상을 한 큰 바위 얼굴을 보며 언젠가 그 큰 바위 얼굴을 닮은 고귀한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 같은 예언을 어릴 때부터 믿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어니스트. 마을 사람들도 그 예언을 믿으며 마을에서 태어나 자신의 꿈을 쫓아 고향을 떠났다가 유명해져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큰바위 얼굴의 예언이 실현되었다고 들뜨지만 결국 그들은 다시 떠나거나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준다.
재산(부)으로 대표되는 개더 골드,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로는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위대한 장군 올드 블러드 앤 썬더, 명예를 상징하는 유명한 웅변가이자 사상가인 올드 스토니 피즈... 그들의 등장에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어니스트는 그들의 얼굴에서 큰 바위 얼굴에 어린 것 같은 삶의 기쁨도, 참된 지혜도 발견하지 못한다. 어니스트가 기다리던 것은 부와 명예, 권세 따위보다는 진실한 마음과 믿음을 지니고 성실한 삶을 살아 온 사람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빛나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손녀의 말을 통해 마침내 어니스트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깨닫게 된다. 큰 바위 얼굴은 특정한 한 인물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산 사람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링컨이 남긴 말 중에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반영하는 거울로 얼굴에 나타나는 인상이나 형상을 통해 그 사람의 살아온 바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책 속의 어니스트는 이름을 널리 알릴 위대한 일을 해낸 적은 없으나 한결같은 믿음으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돌보고 위로하며 평생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 세월동안 쌓인 지혜와 연륜 이야말로 바로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큰 바위 얼굴이었던 것이다. 이제 삼년 뒤면 나도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지금의 내 얼굴은 과연 어떤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을까? 거울을 들여다보며 지나온 나의 삶을 반추해 보고 반성해 본다.(지혜, 연륜. 그런 거 하나도 안 보인다..ㅠㅠ)
세월이 흐르면서 내 얼굴에 새겨질 삶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지를 생각해 보면서 하루 하루의 삶을 가치있게,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새삼스럽게 가슴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