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외로울 땐 외롭다고 말해 - 마음의 어두움을 다스리는 지혜, 마음을 여는 성장동화 2
범경화 지음, 오승민 그림 / 작은박물관 / 2005년 9월

  이 책에는 엄마, 아빠가 직장일로 바빠 생일날마저 혼자 보내게 된 민주, 둘째라서 서러운 하승이, 운동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진우, 외국에 입양되어 살고 있는 안나... 이 네 아이의 이야기가 각각 실려 있다. 저자는 이들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공통의 감정을  "외로움"이라 짚어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둔 민주가 생일에조차 혼자 보내게 된 것에 상처받고 깊은 슬픔을 느끼는데, 어머니가 직장에 다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내내 텅 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싫었던 지를 나는 지금도 가슴 아리게 기억한다. 그 시절 나는 커서 아이 엄마가 되면 절대 직장에 다니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었고,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어 보니 엄마가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아이가 외로워하는 것보다는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그 때 그때 헤아려주지 않을 때 더 큰 외로움을 느끼리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나 자신이 내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보고 가장 공감이 가는 글을 뽑아보라고 했더니 아이는 자기와 가장 닮은꼴이라며 '진우'를 지목했다. 내성적인 성격에 책은 좋아하지만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나, 반 아이들이 다 체육을 좋아하는데 자기만 체육을 좋아하지 않는 것 또한 똑같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건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데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 빵점에, 책을 좋아해서 늘 가까이 해왔지만 사람만큼은 마음만큼 가까이 해지지가 않아 스스로도 어지간히도 내성적인 성격이구나, 속상해질 때가 많았다. 이런 내 성격을 닮아 친구 사귀는 걸 어려워하는 큰 아이가 학교에서도 많이 외롭겠구나 싶어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워진다.

 이 책은 이야기로 끝을 풀어내지 않고 주인공의 글(편지, 공책에 쓴 글등)로 마무리 짓는 방식이 독자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끝까지 지니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글로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은가. 초등학교 사서이자 아이의 엄마로 여러 아이들의 고민을 직접 들어 본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서인지 책 내용에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라면서 오랜 세월 간직해 온 외로움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내내 누군가에게 나는 외롭노라고, 참 많이 외롭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내가 외롭다고 말할 때 나를 보다듬어 줄 누군가가 있어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