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제목이 비슷해서 헛갈리기도 했는데 <쇠못 살인자>와 <쇠종 살인자>는 중국 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인 판관 디 공(디런지에)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이다. 출간 순서를 따지자면 이 책이 먼저 출간되었으나 내 손에 먼저 들어온 것은 <쇠종 살인자>였던터라 시리즈물은 첫 편부터 봐야 한다는 지인의 지론에도 불구하고 그 책을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이런!!... 출간 순서가 곧 시리즈물 순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용을 따져보니 푸양에 부임하여 사건을 해결한 <쇠종살인자>가 먼저이고, 푸양에서 다른 임지로 부임한 것으로 나오는 이 책이 순서상 다음 차례인 셈이다. 그런 것은 고려하지 않고 책을 봤는데 등장인물 중 한 인물의 향방이 나로서는 뜻밖이었던 터라 읽다가 깜짝 놀라 버렸지 뭔가... 대게의 추리소설을 보면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비해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사건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디 공이 한 고을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으니만큼 그런 설정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디 공이 부임하여 맡은 업무는 한 처녀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것인데 이에 디 공은 수하들 앞에서 "실종 사건은 좌우지간 골치 아파. 차라리 살인사건이 깨끗하지."라는 말을 한다. 너무 적나라한 말이 아닌가.. @@;;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디 공은 이 말을 후회하게 되지만 말이다. 과연 디 공은 목없는 여인의 시체의 목을 찾아낼 것인지, 한 여인에 의해 살해되었으리라 여겨지는 심증만으로 몇 년 전의 일을 들추어 낼 것인지... 도포 대신 양민의 옷을 입고 암행하는 임금처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관복을 벗고 점쟁이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디 공을 생각해 보니 슬쩍~ 웃음이 난다. 판관 포청천은 이마에 독특한 흉터도 있고, 피부색도 검은 편이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데 비해 디 공은 그런 복장을 해도 별로 이상하게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후훗~ 삼각형, 사각형 등의 일곱 조각으로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 내는, 흔히 '칠교 놀이'라고 하는 놀이가 내용 중에 등장한 것도 흥미로웠고, 개성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 점이 읽는 재미를 더하였으며, 디 공에게 닥쳐 온 시련으로 인해 책 후반부로 접어들어서는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기를 기다리는 분이 많으신 것으로 아는데 다음 권이 언제 나오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