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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보이 ㅣ 그림책 보물창고 9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야생에서 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하면 '타잔'이나 '모글리'같은 영화나 책 속의 인물이 떠오르는데, 1800년에 실제로 프랑스에서 한 의사가 아베롱 주에서 벌거벗은 채 숲에서 살아가다 사람들에 의해 발견된 한 소년을 교육한 일화가 있었다. 이 그림책을 접하고 보니 나도 예전에 늑대들에 의해 키워졌다고 알려진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또는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아베롱의 야생소년'이라 칭해진 그 소년을 교육한 사람이 이타르 박사라는 분이었다는 것은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부모가 누구인지, 어떤 사정으로 숲에 남겨서 홀로 살아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그 소년은 비록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도, 세상에 자기처럼 생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긴 했으나 주변의 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직접 경험해 가면서 어떤 것은 먹어도 되고 어떤 것은 해로운 음식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자기를 해치려는 사나운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적도 있으리라.. 그러나 벌거벗은 모습으로 자연에서 살아가던 그 소년에게는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인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겪게 되는 혼란스러움과 불안함, 공포가 오히려 더욱 크지 않았을까 싶다. 소년은 사람들에게 신기하게 여겨지는 구경거리가 되었으며, 과학자들에게는 흥미 있는 연구 대상으로 취급될 뿐이었다.
실험의 종결과 함께 과도한 관심에서 무관심의 대상으로 내버려지고 만 소년에게 실험이 아닌 애정의 손길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 이타르 박사와 가정부인 구에링 아줌마이다. 그 두 사람은 아이에게 빅토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아이가 애정이 깃든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박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결국 말을 배우지 못했지만 이 그림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말을 배우는 시기에 언어와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면 말을 할 수 없다는 학문적인 결과가 아니라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니 이타르 박사가 고안해 낸 교육 방법들이 특수 교육에 활용되고, '몬테소리법' 교육의 기초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교육법이든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 인내와 끈기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러한 점들이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겠는가. 빅토르가 글을 배우고 공부를 해나가면서 박사와 함께 기뻐하는 모습, 박사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내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그리고 과연 나는 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과 인내를 가지고 대하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