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 나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 그런지 고학년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그 속에 쓸까 무척 궁금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의 여자 아이-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져 버린 강희, 소녀 가장인 민주, 그리고 유복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리는 유나이다. 이 중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가장 안타깝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인물은 민주일 것이다. 소녀 가장이라는 설정 자체부터가 안타까운 마음이 일게 하지만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나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도 좌절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씩 마음을 적셔 왔다. 그리곤 후반부에 복지관에서 글짓기 하는 날에 쓴 편지가 책을 읽는 동안에 서서히 가슴이 먹먹해진 나에게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아빠, 엄마에게 거의 버림받듯이 작은 아빠 댁에 맡겨진 강희가 일탈의 행동들을 하는 것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작은 아빠댁에 살게 된 것보다는 본인들의 감정만 생각하고 자신에게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 부모님의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아서이다. 유나만큼이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다가 갑자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린 강희는 가면을 쓰고 친구를 대하고, 교환 일기에도 짐짓 행복에 겨운듯한 거짓글을 쓴다. 강희가 첫 생리를 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세태가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클 때만해도 '생리'란 것은 불결하고 주위에 드러내놓고 말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처럼 여겨졌었는데 요즘은 첫 생리때 가족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커다란 행사가 되었다니 분명히 좋은 변화이다. 다만 고정관념 탓이겠지만 강희의 아빠가 '걸핏하면 생리 타령'을 했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 강희는 혼자 지내는 동안에 심하게 앓으면서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누에처럼 한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다른 인물인 유나는 교환일기를 쓰자고 제안한 장본인이지만 강희와 민주의 이미지가 두드러져서인지 비중도 낮고 내용 속에서 조금 겉도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리고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자라 공주병 증세를 보이긴 하지만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을 만큼은 아닌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두 분의 선생님, 세 여자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민철이의 담임 선생님은 매우 큰 차이를 보여 대비가 된다. 민주가 돈 오만원-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소중한 돈-을 잃어버렸을 때 담임선생님은 가져 간 사람이 다른 사람들 모르게 돌려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에 비해 민철이가 친구의 시계를 훔쳤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민철이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시간을 빼앗긴 것이 속상한듯 찬바람이 일게 대한다. 부모 없는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받는다면 얼마나 서럽겠는가... 그런 그들에게 의지가 되어 주어야 할 선생님의 냉랭한 태도는 민주나 민철이에게 더욱 큰 상처일수 밖에 없다. 민철의 담임 선생님은 두 아이에게 돌봐 줄 부모나 친척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법한데 민주에게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말들을 보니 부디 이런 선생님은 동화 속의 악역으로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절대로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