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자가주 0100 갤러리 13
퀸틴 블레이크 글 그림,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학과 해오라기>의 작가, 퀜틴 블레이크의 또 다른 그림책이다.  이번 책의 그림은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들 위주로 그려져 있어 더욱 간결한 느낌을 주고 있다. -책 제목의 '자가주'는 우리말 제목을 붙일 때 임의로 내세운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책에 나온 영문 제목을 보니 'zagazoo'로 나와 있다.  둘만의 취미와 여가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아기가 배달되고, 사랑스러운 그 아기를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림을 보면 진짜 엄마 아빠가 자가주를 공중으로 던져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

그러던 어느날 자가주가 끔찍한 울음소리를 내지르는 새끼 대머리 독수리에 변해 있지 뭔가!  그러다가 코끼리로, 멧돼지로, 못된 새끼 용으로... 사실 이 책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이게 무슨 내용이야, 아기가 갖가지 동물로 변하다가 갑자기 말끔한 청년이 되어 나타나다니..' 하는 생각부터 들었었다. 그러다 두 번, 세 번 이 책을 보면서 불현듯 자가주의 변화하는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치고 들어왔다! 에궁~ 바보 같이, 아이를 둘이나 키운 엄마면서 이 동물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그걸 알아채지 못하다니....(마루벌 그림책은 속지에 책정보로 내용요약, 분류 등을 제공해주는데 어쩐 일로 이번에는 그걸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 울어대기도 하고, 집안 물건들을 망가뜨리고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고, 집안을 온통 흙투성이로 만들어 놓는 것... 그래, 바로 우리 아이들이 커가면서 보여주는 그런 모습들이었던 것이다. 엄마 아빠의 머리에 흰머리가 희끗희끗 늘어가는 동안에 아이는 쑥쑥 자라서 어느 사이에 털이 숭숭~ 나고, 사춘기를 거치면서 의젓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부모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리라...  아이를 키우며 난감하거나 끔직하다고 여기는 때가 순간순간 찾아오지만 세월이 흘러 어느 날 훌쩍 커버린 내 아이를 바라보는 날이 오겠지.  참 멋진 일이지...싶어지다가도 문득 가슴이 아린다. 어느 사이에 이렇게 자랐구나... "이것 봐! 너희들도 어렸을 때 이렇게 했다구~ "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웃으면서 책을 보았는데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어느 사이에 슬쩍 눈물이 내비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없는 이 안 2005-05-27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도 이 책 보면서 눈물나셨군요. 전 이거 어쩌다가 영어로 된 책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이 왜 아직 출판되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던 책이었어요. 어떤 출판사가 검토중이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게 마루벌이었나 보군요! 아무튼 맨 마지막 문단의 리뷰글, 엄청 동감해요. ^^

미설 2005-05-2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왠지 언니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