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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ㅣ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라도 잔소리를 듣지 않고 보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잔소리꾼이다. 고등학생일 때부터 엄마에게 세금을 제 때 내야 한다 등의 잔소리를 비롯하여, 소소한 것들로 가족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해댔던 지라 그 시절부터 이미 잔소리꾼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요즘 나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듣는 대상은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나 지켜야 할 습관을 어길 때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해댄다.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에 참다가도 계속 눈에 거슬리는 것이나 행동을 하고 있으면 아이들로서도 참 진력이 날 노릇일 것을 알면서도 입을 댈 수 밖에 없다. 허나 난들 좋아서 매번 같은 잔소리를 하고 싶겠는가!
”우리라고 해서 너한테 잔소리하는 게 좋겠니? 방법이 없잖아. 그냥 내버려 두면 넌 아마 절대 세수도 안 할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다! 엄마가 잔소리하는 것 자체를 즐기거나,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뭘 하라던가, 무엇을 지키라고 한들 로봇이 아닌 다음에야 당장 그렇게 시행을 하는가 말이다.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규범이나 생활 습관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에게 한 번, 두 번 말해도 안되면 세 번, 네 번.. 계속 말하게 되고 결국 그것은 잔소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집 큰 딸만 해도 세수하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이고 세수를 하지 않고 아무 거리낌없이 바깥에 나다니곤 한다. 그러니 내가 아침마다 세수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내가 과연 푸셀의 부모님처럼 단 하루라도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줄 수 있을까? 아무리 위험하지 않은 일만 한다고 하더라도 미덥지 않은 마음에 부지불식간에 잔소리가 튀어 나오고 말 것 같다.
이 책은 나 자신이 워낙 잔소리꾼이라 반성하는 의미로, 아이에게 잔소리가 없는 날에 무엇을 해 볼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해보라는 차원에서 일부러 선택한 책이다. 그런데 아이는 이 책을 보고 난 소감 한 줄을 써놓기를 “엄마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없어요.”라고 적어 놓았지 뭔가…… 나는 아이가 잔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잔소리 없는 날에는 무엇을 해 보고 싶다는 등의 글을 기대했었는데, 아이가 적은 글을 보면서 내가 잔소리를 하면서 아이를 위한 것임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래저래 반성거리가 많은 엄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