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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가 태어났단다 ㅣ 꼬마야 꼬마야 9
레이첼 이사도라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재럴드 맥더멋의 작품인 <하늘과 땅을 만든 이야기>이라는 그림책도 세상이 만들어진 천지창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은 같은 내용이되 좀 더 연령층이 낮은 영아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다. 몇 페이지는 단어(빛, 하늘, 땅과 바다, 태양 등) 위주로 나오고, 대부분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어주는 책이 아니라 엄마가 영유아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보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처음부터 '아기'의 모습이 등장하고 아기들의 모습들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세상이 창조되기 전, 천국과 먼지만 존재하던 시기에 존재하는 아기들의 모습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어둠 속에서 아기들은 부유하듯이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형상이다(솔직히 조금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아기들은 세상에 태어나도록 예비되어 있다는 뜻일까?
앞서 언급한 책이 창조의 과정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 과정을 그림에 담고 있다면 이 그림책은 세상이 창조되는 것이나 '아기'의 존재가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하늘이, 그리고 땅이 생겨 난 것만큼이나 아기 한 명 한명의 존재가치가 큰 의미,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아기를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살펴보면 빛이 생겨난 것을 보여주듯 아기를 눈부시도록 환히 비추고, 하늘의 구름 위에 아기(흑인)가 앉아 있다. 땅과 바다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아기들이 바닷가에서 무리지어 놀거나 헤엄치고 있다. 날아오르는 한 장의 나뭇잎을 잡으려는 아기, 금빛 태양을 받은 아기, 세 명의 아기가 각각 달과 별이 자리 잡은 하늘 위와 다양한 생명이 존재하는 바다에서 노닐고 있다. 어디론가 뛰어가는 동물들을 웃으며 바라보는 아기 등등.. 본문에서 아기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부분은 아기를 밴 엄마와 아빠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장면이다.
다양한 인종의 아기들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흑인 아기도 등장하긴 하는데 솔직히 백인 아기들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나오는 부부도 그렇고, 태어난 아기를 어르는 엄마도,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도 모두 금갈색의 머리색을 지닌 백인인지라 그 점은 좀 불만스럽다. 아기의 소중함과 함께 천지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부모가 함께 해주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