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 진경문고 2
이강옥 지음, 이부록 그림 / 보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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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분들이라면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을 보기 위하여 뒤짚어 쓸 이불을 준비해서는 TV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꼬리아홉 달린 구미호며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무서워 얼른 눈을 가려 가면서도 그리 재미있어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공포만 담겨 있어서 흥미를 끌었던 것은 아니었으리라.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억울한 일은 풀어내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그런 이야기 구도가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얼마 전에 큰아이가 학교에서 들었다며 난데없이 ‘빨간 마스크’란 괴담이란 걸 말해 줘서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엽기적이면서도 별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여 버리는 귀신류의 괴담은 섬찟한 공포뿐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귀신 이야기들을 한을 지니고 죽은 이가 그것을 풀고자 귀신으로 나타나는 이야기가 많다.  원님이 죽어나가던 연유가 억울한 사연을 가진 여인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는 밀양에 전해져 오는 ‘아랑전설’이 원형이라고 한다. 저자는 ‘장화홍련전’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자 귀신 많은 이유가 유교사상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 여인네의 고달픈 일생은 기어코 한을 낳는구나... 오뉴월에도 서리를 끼게 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한을.... ^^;;

‘이야기 열하나’를 담은 이 책은 아이에게 아버지가 들려주는 형식의 글이다.  이야기 셋에 ‘귀신도 사람하기 나름’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는데, 귀신이라고 무조건 무서워하고 배척하기 보다는 한을 품은 이유라든가 귀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에 귀 기울이는 배려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일곱번째 이야기에서는 저승사자나 염라대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정말 저승사자란 것이 있는 걸까? 아니면 죽음의 순간을 예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창조해 낸 가상의 존재일까? 우리 조상들은 이승과 저승의 조화를 꿈꾸고, 살아있는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죽은 귀신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추해 보고자 하였으리라.

  표지의 실타래를 풀어 놓은 것 같은 그림이나 이를 뭉텅거려 놓은듯한 울긋불긋한 삽화들이 간간히 나타나서 눈길을 끈다. 글만 실려 있는 책에 비해 이 책처럼 곳곳에 실린 삽화들은 독서 하는 중에 잠시 쉬어 갈 여유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가끔 귀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아이에게 나 역시 저자처럼 확실한 답을 해주지 못한다. 귀신 이야기야 믿거나 말거나이겠지만 그 이야기들 속에서 건저내는, 삶을 살아가는데 조언이 될 충고들은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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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귀신들은 모두 인간에게 뭔가 할 말이 있어서 나타났어요. 그 말을 들어주고, 부탁을 들어주면 고마워하며 큰절하고 사라졌죠. 그래서 밤중에 혼자 화장실에 앉았을 때 문득 무서워지면 "뭔가 할말이 있나요? 없으면 가주세요. 무섭거든요" 하고 말한답니다. ^^

아영엄마 2004-09-1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숨은아이님~ 그러다 정말 귀신이 나타나서 말 걸면 어쩌시려고.. 전 밤에는 최대한 후다닥~ 볼 일 보고 방에 돌아와요..^^;;

Laika 2004-09-1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방구석에 다들 모여서 숨어 보던 그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 미소짓게 되네요..정말 너무 무섭다며 끝가지 다봤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