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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70
폴 젤린스키 그림, 앤 이삭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비룡소 / 2001년 10월
평점 :
갓 태어난 안젤리카가 얼마나 컸으냐 하면, 엄마의 키보다 약간 클까 말까했다나!. 세상에나... 그렇게 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질 않아서 내가 애들한테 다 물어 봤다. 태어날 때는 정상적인 아기의 체구였지만 나중에 갑자기 컸으리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이 무색할 지경이다. 엄마 얼굴의 5배는 됨직한 얼굴 크기를 가진 안젤리카를 안고 있으니 엄마가 난쟁이처럼 여겨지지 뭔가~
그런데 '혼자서 나무를 타지도 못했어요'라는 문장을 보니 이 동네는 태어나자 마자 나무도 탈 줄 알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테네시 주의 아버지들은 아기 침대에 빛나는 새 도끼를 하나 넣어 준다는 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하여튼 이 책을 보니 의문투성이다. 사실 안젤리카처럼 큰 아이도 태어나는 마당에 무슨 일인들 안 일어나겠는가...^^;
두 살에 아기 오두막을 짓고,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랠 일도 해낸 안젤리카는 열두 살 때 늪에 빠진 마차를 구해주고 '늪의 천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녀의 출생보다 '벼락 맞아 죽을 놈'인 곰-줄여서 '벼락'-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안젤리카가 이불이나 꿰매고 빵이나 구우라며 비웃는 사내들에게 뒤지지 않고 대답하고 결국 벼락을 물리치는 모습이 가장 통쾌했다. 벼락에게 당해서 꿀 양동이를 뒤집어 쓴 도전자나 머리카락이 다 뽑힌 사냥꾼들의 모습에 비하면 자신만만한 태도로 벼락을 노려보는 모습이 얼마나 당당한가!!
옛날 이야기나 명작동화 등 이외에도 아직 은연중에 여자의 모습을 낮추거나 비하시키는 동화책들이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을 경우가 있는터라 비록 외국동화책이긴 하지만 이런 내용이 너무 반갑다. 앞으로도 순종적인 이미지가 아닌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