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입한 무렵 일곱 살이 된 큰 아이가 치과에 가서 이를 뽑고 왔다. 흔들거리는 아랫니를 겁이 나서 내가 뽑아 주질 못하고 결국 치과에 간 것이다. 하긴 뽑아 주려는 엄마도 겁이 나는데 이가 뽑혀야 할 당사자인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 이 뽑으러 치과에 가니 그 전에도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에 다닌 이력이 있어서인지 아프지 않다고 충분히 안심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은근히 겁을 먹고 있는 듯 했다. 막상 이를 뽑는 것은 순식간이어서 저렇게 쉽게 뽑을 수 있나 하는 허탈함마저 느꼈지만...
치과에 가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악어가 치과에 가기 싫어서 망설이는 것이나, 치료하는 것을 겁내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치과 의사선생님인데, 환자로 온 악어가 무서운 동물이라는 인식때문에 치료를 겁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치료 도중 아파서 악어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팔을 다치기까지 하니 왠만한 강심장을 가진 의사선생님이 아니고서는 계속 치료하기는 어려워 보이기까지 한다. "너무 하잖아~"
그러고 보면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윌리엄 스타이그)>에 나오는 드소토 선생님도 참 대단하다.. 조그마한 쥐 선생께서 자기를 잡아 먹을지도 모르는 여우를 치료해 주고, 나중에 기지를 발휘해서 여우를 혼내 주시지 않는가! 이 책에 나오는 치과 의사 선생님도 물론 한 번 해 보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아주 용감한 분이시다.. 그렇긴 한데 무시무시하다기보다는 무지무지~ 겁 많은 악어 입이 닫히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좀 취하시고 치료를 하실 것이지....
이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일관되게 같은 문장이 두번씩 나온다는 것에 있다. 악어도 '어떡하지...', 의사선생님도 '어떡하지...'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그 말을 하는 당사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무서워'라는 말도 악어에게는 치료받는 것이 겁나는 것이고, 의사에게 악어가 겁난다는 다른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처럼 목적어나 이유 등이 생략된 간결한 문장 속에는 치과에서 치료받기를 겁내는 악어와 의사의 입장이 서로 상반되게 잘 나타나 있다.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면서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뜻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까? 어쨋든 겁쟁이 악어와 용감한 의사선생님이 벌이는 이 헤프닝은 장면 장면마다 웃음이 배어나오기에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둘 다 서로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로 생각하는 장면, 그리고 '그러니까 이를 닦자, 이를 닦아'라고 끝을 맺는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글이 별로 없어 읽을거리가 없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 악어가 왜 치과에 가기 싫어할까?",
"선생님은 왜 깜짝 놀라셨을까? 악어가 무섭긴 하지? 근데 이 악어도 겁쟁이 같은데~"
"아이고, 악어도 아프겠고, 의사 선생님도 아프겠다, 그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유도하면서 책을 보면 책장이 금방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책에 나오는 글자만 달랑 읽어주는 것은 이 책을 너무 재미없게 보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아이가 커가면서 치과에 갈 일이 생길 때면 이 책 한 번 더 들여다 보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을 어떨까 싶다. 이왕이면 치과에서 이처럼 재미있는 그림책을 비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해보았다. ^m^